불확실성 속 2.5조 매도한 개미…30%는 미국 주식으로 나머지는 '버티기'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탄핵 정국까지 이르는 동안 국내 증시에서 개미가 순매도한 금액 가운데 약 30% 안팎이 미국 증시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의 거센 증시 이탈, 이른바 '국장 탈출'이 환율 상승 압박으로도 작용하는 분위기다.

15일 한국거래소 및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한 주식은 총 2조5664억원어치에 이른다. 같은 기간 예탁결제원을 통한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6억5886만달러로 집계된다. 13일 서울 외환시장 주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1433원으로 환산시 약 9441억원 상당에 이른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매도한 금액 가운데 약 30% 가까이는 미국 증시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반면 한 번 증가한 대기성 자금은 줄지 않고 있는 추세다. 투자자들이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증권계좌에 보유한 금액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뒤 하루만에 1조5564억원이 단번에 증가하며 51조4551억원까지 올라갔다. 이후 지속 규모를 늘려 지난 12일 기준으로는 52조6621억원이 증가했다.

사실상 국내 증시를 이탈한 개미의 투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투자자는 이미 해외 증시로 완전히 시선을 돌린 셈이다. 실제 이 기간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의 규모는 32억8009만달러가 증가했다. 약 4조7003억원 상당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는 연이어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 비상계엄 선포·해제가 이어졌던 3일 저녁 이후부터 사흘간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소식에도 투자자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증시에 대한 피로가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탄핵 가결로 인해 불확실성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에 반등을 쉽사리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뚜렷한 방향성이라고는 '국장은 떠나야 한다'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재료가 찾을만한게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떠날 수록 증시의 가격 발견 기능은 더욱 약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불확실성 해소를 계기로 새로운 부양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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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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