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이 약물 부작용 없이 혈관 내 세포 반응을 제어하는 혁신적 스텐트 표면 기술을 개발했다.
KIST는 생체재료연구센터의 전호정 센터장과 한형섭 박사, 전인동 KIST유럽연구소 박사 공동연구팀이 레이저 패터닝 기술로 혈관 내피세포 성장을 촉진하고 평활근 세포(혈관·장기 등 벽을 이루는 근육 세포) 탈분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스텐트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화학적 코팅 방식과 함께 활용 시 더 큰 혈관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금속 스텐트의 경우 혈관 확장을 물리적으로 유지하지만, 1개월 후 평활근 세포의 과도한 증식으로 재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해결을 위해 약물 방출형 스텐트가 사용되나 혈관 재내피화(혈관 내피 세포의 내벽 복원 과정)를 억제해 혈전이 쌓일 위험을 높여 환자가 혈전용해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연구팀은 평활근 세포 성장은 억제하면서 혈관 내피화를 촉진하기 위해 나노초 레이저 텍스처링 기술로 니켈-티타늄 합금 표면에 나노·마이크로 주름 패턴을 형성했다.
스텐트 시술로 손상된 혈관 내벽에서 평활근 세포가 혈관 안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형태가 변하는데, 레이저로 만든 주름 패턴은 평활근 세포의 길쭉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재협착을 방지한다. 또 주름 패턴 영향으로 세포 간 부착이 증가해 혈관 내벽을 재형성하는 재내피화까지 촉진할 수 있었다.
혈관 세포 및 태아 동물 뼈를 활용한 신생혈관 분석 수행 결과, 레이저 텍스처링으로 가공된 금속 표면이 혈관 내피세포 증식 환경을 조성하면서 평활근 세포 탈분화 반응과 과도한 증식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주름 표면 위에서 평활근 세포가 자라는 정도가 약 75% 감소했으며, 신생혈관 생성 정도는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개발 기술은 금속 스텐트는 물론 생분해성 스텐트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치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장기적 안전성과 효능 검증에 대한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호정 센터장은 “산업용으로 널리 활용되는 나노초 레이저를 사용해 스텐트 표면을 빠르고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어 실용화와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엑티브 머터리얼즈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