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전공의 겨냥 명령 불복시 '처단'…분노한 의료계 “대통령 조속히 퇴진”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통해 전공의 강제 복귀 명령을 내린데 대해 의료계 곳곳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으로 10개월째 의료계와 대치 중인 가운데 이번 사태로 대정부 투쟁노선이 한층 격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사령부가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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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계엄군이 도착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비상계엄령이 선포 약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의료계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계 탄압 중지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입장문을 내고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됐으므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계엄 선포로 인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인은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비상대책위원회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사직한 전공의들을 아직도 파업 중인 것이라는 착각 속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단하겠다는 전시 상황에서도 언급할 수 없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면서 “의대교수들은 반국가 세력, 반역 세력인 윤석열과 그 정부, 그 호위 세력들에게 당당히 맞설 것임을 천명한다. 윤석열과 대통령실 참모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련자들은 당장 자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탄핵 과정은 너무나 길게 우리나라를 상처 입힐 것이다”며 “마지막으로 양심이 남아있다면 속히 하야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밖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 무상의료운동본부 등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로 의정 갈등은 한층 더 첨예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개혁 정책으로 10개월째 의료계와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발족한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 한 달도 채 안돼 좌초되고, 갈등 해소 출구전략조차 못 찾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의료계를 더 분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계엄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 비판이 거세다.

한 의대 교수는 “이미 사직처리가 완료된 상황에서 아직도 전공의들이 파업 중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현실 인식이 전혀 안돼 있는 것”이라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동원하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처단'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쓰는 것을 보면서 의정 갈등 해결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시켰다”고 지적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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