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성공을 거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한국의 젠슨'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AI 붐으로 세계적 '록스타'급 인물이 됐는데 최 회장의 부상도 이와 닮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8일 뉴스레터를 통해 “오랫동안 삼성전자의 그늘에 가려졌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가 됐으며, 이 시기는 최 회장에게도 전환기였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새로워진 최 회장의 자신감이 SK하이닉스의 격변의 역사를 반영한다면서, 최 회장이 2012년 빚에 허덕이던 하이닉스 인수라는 매우 위험한 베팅을 했다고 짚었다. 지난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던 하이닉스는 D램 값 폭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2001년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블룸버그는 SK가 하이닉스 인수 이후 연구개발(R&D)에 수십억 달러를 썼고, 특히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HBM을 우선순위로 보지 않고 해당 팀을 사실상 해체했을 때 HBM 개발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AI 붐이 일었을 때 SK하이닉스는 그 흐름에 올라탈 준비가 돼 있었고, 주가가 지난해 초부터 100% 넘게 오르며 한국 국내 시총 2위가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SK하이닉스 생산 물량이 내년까지 완판된 상태라면서 SK하이닉스가 향후 12개월간 HBM 부문에서 정상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