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 SMR 개발 경쟁과 가상원자로

Photo Image
조윤제 한국원자력연구원 디지털원자로.AI연구센터장.

2022년 말 챗GPT가 출시된 이후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이 출시돼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우리 일상에 녹아들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대기업 상당수가 자체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거나 확장하고 있어 미래 전력수요 예측량은 급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최근 이상기후 현상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이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NET-ZERO) 목표 달성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전력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간헐성이라는 신재생에너지의 피할 수 없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보하거나 탄력적인 운전이 가능한 독립 에너지원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이처럼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처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소형모듈원자로(SMR)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SMR은 현재 운영 중인 대형 원전과 비교해 전원 없이도 작동되는 피동형 안전계통을 사용하고, 냉각재로 물뿐 아니라 액체금속이나 고온가스 등을 사용하는 차별성이 있다.

이런 차이는 원자로에 대한 높은 안전성을 제공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에 대한 충분한 실증이 요구되기도 한다. 특히, 다양한 설계안에 대한 검증실험을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고신뢰도 해석을 통한 실증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필요성을 바탕으로 올해 6월 출범한 5개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에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개발사업단'이 포함됐다. 이 연구단은 2029년 5월까지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V-SMR)을 개발해 다양한 차세대 SMR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고신뢰도 해석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해당 분야에서 선도 기술을 보유한 3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국내 20여개 산업체·대학이 참여해 하나의 팀을 구성했다.

V-SMR은 원전설계 및 검증계산에 필요한 노심중성자, 열유체, 핵연료 등의 다양한 물리현상을 모의하는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한다.

기존 분야별 고신뢰도 SW를 개발·검증하면서, 필요에 따라 이미 검증된 해석 기술을 사용하거나 몇 가지 SW를 연계하는 다물리-다중스케일 해석 기술도 활용한다.

이런 V-SMR을 실제 설계·검증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 기존 원전설계에 사용하던 SW에 상응하는 수준의 검증이 필요하며, 단일 SW 사용 대비 복잡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 구축도 필요하다.

또 고신뢰도 해석은 기본적으로 슈퍼컴퓨터와 같은 대규모 계산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컴퓨팅 자원 확보와 함께 하드웨어(HW)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SW 최적화도 요구된다.

V-SMR을 활용한 고신뢰도 해석을 통해 SMR 설계 불확도를 낮출 수 있으며, 통합 해석으로 설계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또 다수 모듈을 최소한 인원으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자율운전 모델을 개발해 운영비용도 저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검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문서로만 존재하던 다양한 SMR 설계안을 적기에 실물화함으로써 SMR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재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전력망 안전성 확보와 전기요금 인하 효과도 함께 기대해 본다.

조윤제 한국원자력연구원 디지털원자로.AI연구센터장 yjcho@kaeri.re.kr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