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입는 로봇으로 국립공원을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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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2008년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은 직접 만든 첨단 수트를 착용하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영웅으로 묘사됐다. 영화 속 하이테크 수트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어려움에 봉착한 한 인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도구였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우리도 영화 속 수트처럼 최첨단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국립공원에서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시대로 가고자 한다.

최근 인공지능(AI)산업 못지 않게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는 로봇 분야다. 2020년대 초반까지 산업용 로봇이 화두였다면 현재에는 웨어러블 로봇처럼 일상 속에서 개인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 로봇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시대 상징과 영화 소재로만 여겨지던 웨어러블 로봇이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탐방객과 레인저가 이용한다면 등산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까?

우선, 체력이 약하거나 몸이 다소 불편한 탐방객이 지리산 천왕봉(1915m), 설악산 대청봉(1708m)과 같이 높은 봉우리를 오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에는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고 내리는 데 도움을 받는 장비는 등산 스틱인데, 머지않아 웨어러블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웨어러블 로봇이 단순한 산행 보조에 그치지 않고 구조·안전 작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발목을 삐거나 체력이 방전된 구조 요청자에게 로봇을 사용한다면 긴급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구조를 가능하게 하고, 내리막길에서 충격 하중을 감소시켜 부상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레인저들에게도 웨어러블 로봇은 큰 의미가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을 오르고 내리며 국립공원을 지키는 레인저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신체적 부담을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해 부상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웨어러블 로봇은 육체적 부담을 줄여 주고, 장거리 순찰이나 구조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우며, 차량의 안전벨트처럼 업무를 보다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보호 장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올해 국립공원공단에서는 탐방객뿐 아니라 공원 레인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립공원형 웨어러블 로봇을 도입하는데 집중했다.

기술 도입을 위해 공단은 웨어러블 로봇 혁신기업과 협력해 한국의 다양한 산악지형에 적합한 등산 보조 로봇을 개발하고, 실제 산행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리산에서 레인저와 탐방객 총 171명이 참여한 가운데, 294㎞ 거리를 로봇과 함께 걸으며 다양한 산행 환경에서 실착 검증을 진행했다. 장거리 산행, 구조 및 순찰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로봇이 실제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면밀히 평가했고, 개선 사항을 혁신기업에 전달해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로봇 혁신기업에서 의료 보행 보조 용도가 아닌 등산 보행 보조에 최적화된 웨어러블 로봇 제품을 개발했고, 공단에서는 연말까지 해당 로봇을 전국 국립공원 현장에 도입·운용할 계획이다.

새롭게 개발된 등산 보행보조 로봇은 오르막 모드 걷기에서 대사에너지를 평균 16% 감소시켰고, 내리막 모드 걷기에서는 충격 하중을 13%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대퇴직근 근부하 16.8%, 장딴지근 근부하를 13.5%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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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정부는 국가 핵심 전략사업으로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고, 2030년까지 로봇산업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공단은 국가 정책에 맞춰 로봇 혁신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 공간, 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를 통해 험준한 산악지형에 적합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홍보, 마케팅, 행정지원을 통해 혁신기업이 국·내외 판매망을 확충하는데도 기여했다. 앞으로도 로봇과 AI와 같은 미래 기술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미래 기술이 국립공원 현장에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새로운 웨어러블 로봇은 탐방객의 육체적 부담을 경감시켜 노년층, 장애인과 같은 탐방 약자들이 국립공원을 이용하고, 레인저가 탐방객 구조와 고지대 산악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이제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통해 국립공원은 모든 국민들에게 더욱 가깝고 안전한 자연 속의 쉼터가 될 것이다. 발전하는 로봇 기술을 통해 국립공원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보다 쉽게 만끽할 수 있는 시대를 기대해 본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필자〉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기술고시(27회)를 거쳐 공직에 입문하였다. 울산광역시 환경협력관과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장, 환경보건정책관, 수도권대기환경청장, 물환경정책국장, 대변인, 자연환경정책실장 등 환경 분야 핵심 업무를 맡아왔으며, 2021년 제15대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탄소중립을 위한 흡수원 확대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을 추진하였고, 난제였던 팔공산국립공원 승격 문제를 해결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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