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을 진두지휘해 온 최윤범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사회이사가 자리를 대신한다.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지분율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이 다가오자 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겠다”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다”며 “여기에 더해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개정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번 조처로 “이사회 운영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했다. 최 회장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유상증자를 통해 시장에 유통물량을 증대시킴으로써 주주기반 확대, 소유구조를 분산해 국민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했다”며 “시장 반응과 사정변경은 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시는 분, 캐스팅보트는 수많은 주주님들이시다”면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시장 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조언을 바탕으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더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모습으로 개선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