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앞서가는데…택배업계, 커지는 '노조 리스크'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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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CJ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택배업계가 노조 리스크에 고심하고 있다. 빠른 배송, 주말 배송 등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부 기사들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쿠팡이 택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가운데 노사 갈등 해소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은 모양새다.

12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택배 3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택배 기사들은 개인 사업자로 각 지역 택배 대리점에 소속된 특수고용노동자다. 권한이 많지 않은 대리점과 교섭하다 보니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택배노조는 주7일 배송을 추진하는 CJ대한통운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주7일 배송-주5일 근무라는 대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실현 가능한 세부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택배업계의 치열한 배송 경쟁 속에서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원청 택배사들은 노동자 처우개선은 뒤로 한 채 배송 속도 경쟁과 서비스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는 택배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더욱 후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배업계는 배송 서비스 고도화 움직임에 노조가 사전 대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벽 배송, 주말 배송, 1시간 내 배송(퀵커머스) 등 배송 형태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노동 형태도 세분화되고 있다. 주 7일 배송-주 5일 근무제 전환이 대표적이다.

기존 주 6일 배송 체계를 주 7일로 전환할 경우 주말 근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택배기사 수입 감소 없이 주 5일 근무제를 연착륙 시키는 것도 과제다. CJ대한통운이 내년도 전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로젠·우체국 등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3자물류(3PL) 사업을 확장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경쟁사에게 배송 경쟁력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따라 도입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큰 변화를 앞둔 가운데 택배회사와 노조 간 기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일반 택배의 주 7일 배송-주 5일 근무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경쟁사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배송 체계가 전환되면서 택배업계와 노조 사이 갈등도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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