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58명' 스페인, 1년치 비 하루만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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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현지 시각) 폭우가 쏟아진 스페인 발렌시아 수해 현장. 사진=EPA 연합뉴스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 단 8시간만에 연간 강수량과 맞먹는 폭우가 쏟아져 158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로이터 · 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현지 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주 동부 지역에 이례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가 발생해 최소 158명이 숨졌다. 지난 1996년 피레네 지역에서 86명의 사망자를 낳은 홍수 이후 스페인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수해다.

투리스, 치바, 부놀 등 발렌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400mm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지역 10월 강수량의 4배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스페인 전역에 평균적으로 536.6mm의 비가 쏟아진 것을 감안하면 거의 1년치에 가까운 비가 하루만에 쏟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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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현지 시각) 폭우가 쏟아진 스페인 발렌시아 수해 현장.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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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현지 시각) 폭우가 쏟아진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지역에 차가 쌓여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도시가 소화하지 못할 수준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다. 당일 발표한 사망자는 60명 안팎이었으나 구조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사망자가 계속 추가되면서 이틀째인 현재 158명까지 늘어났다.

이 역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일뿐이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바부 장관은 지난달 30(현지 시각) 당시까지 확인된 사망자수를 현지 방송국에 전하면서 “탐지견을 동원해 군부대가 진흙과 잔해 수색에 나섰다”며 피해자가 더 늘어날지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거센 황토색 물살이 거리를 덮쳐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건물에서 석조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차 지붕 위로 사람들이 대피했다”, “주유소 난간을 붙잡고 구조를 기다렸다. 문이 찢어졌고 2m 높이의 물에 둘러싸였다”며 두려움에 떨었다.

도시 곳곳은 감당할 수 없는 폭우로 무너졌다. 응급구조대가 헬리콥터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발렌시아 외곽에 있는 다리가 폭우로 무너져내렸으며 차와 트럭은 물살에 휩쓸려 나무에 처박히고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있다.

스페인 최대 전력회사 이베르드롤라가 소유한 전력회사 i-DE는 “발렌시아 거주민 약 15만명이 홍수로 인해 정전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발렌시아는 스페인 감귤류의 3분의 2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이번 폭우로 농경지 대부분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스페인 대형 농업회사인 아사자(ASAJA)는 농작물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이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기후 현상인 '고타 프리아'(gota fria·차가운 물방울)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발생한 찬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하면서 폭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의 기상 현상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지중해 수온이 따듯해지면서 증발하는 양이 많아지고 폭우를 더욱 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페인 기상학자인 에르네스토 로드리게스 카미노는 “이런 종류의 재해는 수십 년 간격으로 발생했지만, 이제는 더 빈번해지고 파괴력도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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