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기업이 차세대 AI로 꼽히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마음AI는 최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적용한 엔드투엔드 자율주행로봇 '워브 1.0' 개발을 완료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한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학습시킨 대규모 딥 러닝 신경망이다. 언어 분야에서는 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이미지 영역에서는 DALL-E 등이 대표적이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워브 1.0은 사람처럼 감각을 이용해 상황을 판단한다. 이는 기존 AI 로봇과 다른 접근이다. 기존에는 AI 로봇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위해 고정밀 지도·좌표 데이터를 입력해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는 얻기 어렵고 정보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반면 워브 1.0은 시각(비전 AI)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피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판단한 뒤, 정차하거나 핸들을 꺾는 등의 행동을 한다.
실제로 워브 1.0은 지난 달 마음AI 사내에서 진행된 시연에서 부딪힐 위험이 있는 상자와 보행자는 피하고 잔디는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이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AI 기술 등을 통해 로봇이 사람처럼 상황을 인지·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최홍섭 마음AI 기술총괄 대표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기존 멀티모달 AI인 비전언어모델(VLM)에 행동이 추가된 비전언어액션모델(VLAM)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AI는 워브 1.0을 농약 살포 차량인 스피드 스프레이어(SS기)에 적용, 지형이 복잡하고 울퉁불퉁한 과수원에 배포해 기술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기업 뉴빌리티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뉴빌리티는 요기요와 협업해 지난달부터 인천 송도 지역에 배달로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로봇 '뉴비'가 카메라를 통해 파악한 주행 환경에 따라 정차·회피 주행 등을 한다.
뉴빌리티는 배달로봇, 순찰로봇을 넘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범용 로봇을 위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들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LLM 개발과 달리 규모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로봇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 사이즈가 작다”며 “대기업 간 AI 군비경쟁으로 불리는 LLM 개발과 달리 중소기업도 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의 경쟁력은 데이터에 달렸다. 주행 로봇을 예시로 들면 다양한 환경에서의 '주행 데이터'와 상황에 따라 엑셀, 핸들링, 브레이크를 움직이는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인간형 로봇의 경우 인간이 가진 100여개의 관절의 움직임에 따른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시켜 개발할 수 있었지만,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 구축은 시작 단계”라며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데이터 구축 지원에 집중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