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액티베이트(Activate)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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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아산나눔재단의 지원으로 기후기술 창업교육과 창업팀 발굴 사업을 하는 서울대학교, KAIST, 이화여자대학교, 그리고 연세대학교의 참여 교수들 8명과 아산나눔재단 임직원이 함께 올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소재한 혁신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인 액티베이트(액티베이트)를 방문하였다. 액티베이트 사무실입구에는 잘 가꾸어진 화사한 정원이 단정하게 있었으며, 1층 로비에는 미국의 영화와 음악에 대한 많은 포스터들이 벽에 붙어 있어서 매우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액티베이트 설립 취지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high risk, high reward) 분야의 기술 분야의 우수한 과학자들이 실험실의 기술을 사업화하여 기업가 (scientist-turned-founder)가 되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 년 단위로 펠로우십을 운영하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 분야의 초기 단계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풀 타임으로 창업하는 경우만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액티베이트 의 펠로우십 모델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프로그램인 사이클로트론 로드(Cyclotron Road)에서 시작하였다.

액티베이트는 2015년 버클리를 시작으로, 2019년 보스턴, 2021년 뉴욕, 2022년 원격, 2023년 휴스턴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K-Global 프로젝트, GovTech 창업지원 사업들와 같이 ICT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국가 R&D로 배출된 대학원 출신들의 고급과학기술 인재들이 창업을 시도해 보는 사업은 흔치 않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즈 분야에서 배출된 우수 과학기술자들이 창업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크게 되므로 액티베이트 펠루우십 모델과 이를 위한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 사업 시스템은 우리 정부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대학교 교수인지라, 대학원 출신창업가들 대상의 펠로우십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였다. 선발과정에 6개월 소요할 정도로 우수 인재 선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외부 전문가 검토와 선발위원회의 자문을 거치고, 3회 이상 인터뷰와 미팅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은 모든 인터뷰 대상자에게는 소중한 정보이므로 지원자 모두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한다.

여러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최종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발기준은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가', '성장하여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고 한다.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 이전에 사람 즉 역량과 영향력 있는 우수 인재 발굴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지원금은 연간 10만 달러, 2년간 총 20만 달러 규모의 생활비(여행 경비, 건강보험, 이주 지원 등 포함)를 제공한다. 이에 추가로 10만 달러의 R&D 비용, VC 커뮤니티와의 파트너십으로 최대 7만5000 달러의 추가 유동 자금 접근이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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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인 액티베이트 측에서는 팀으로부터 이에 대한 대가(지분, 비용)는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선발된 펠로우는 다른 지원사업 프로그램에도 동시에 참여가 가능하며 대부분의 펠로우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 운영하는 I-Corp 프로그램 등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2024년 펠로우로 선정된 Calectra 창업가들을 현장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들에게 액티베이트 팰로우의 가장 큰 장점과 이득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249명의 펠로우, 벤처 업계, 학계, 다른 기업가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전문가 커뮤니티와의 소통이 언제든 가능한 환경과 문화라는 답이 바로 나왔다.

다양한 공공 및 민간 인큐베이터 실험실, 산업 실험실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쉬우며 기존 연구소, 대학 실험실에서 IP를 이전할 시에는 로열티, 지분, 마일스톤 설정 등의 협상을 위한 변호사 비용 등을 지원하고, 지적 재산 보호 연구 기관과 연결을 촉진시켜 주는 등의 연결을 해 주고 있다. 격주 목요일마다 워크샵에서 모든 펠로우가 모여 함께 점심을 먹고 선배들을 초청해 강연, 멘토링 등을 받음으로써 기술적, 창업 차원의 자문뿐 아니라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해 주고 있다.

과학기술을 전공한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경영교육을 위해서 원하는 강좌를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으며,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매니징 디렉터와 펠로우가 직접 일대일 소통을 한다. 이러한 액티베이트의 프로그램과 운영 노력으로 지난 10년간 249명의 초기 창업자가 196개 회사를 창업하였으며, 96% 기업이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고 한다.

또한 2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64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의 실적을 보인다.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거쳐간 기업이 10년 동안 조달한 펀딩은 총 23억 달러였으며, 3분의 1은 비희석 자금으로 정부 보조금이나 기부금이었고, 3분의 2는 희석 자금으로 벤처캐피털이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라고 한다. 이는 2년 동안 각 창업기업에서 평균 6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실적이며 액티베이트의 임팩트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액티베이트 담당자들과 팰로우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보니, 액티베이트는 대학교의 창업지원단의 역할과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탈의 중간적인 성격인 것 같다. 한국의 대학교 내 창업지원단이 하는 일과 유사하면서도, 팰로우인 Calectra의 공동창업가가 이야기한 지도교수와의 지적소유권에 대한 이해관계 해결 과정을 제3의 비영리기관이 액티베이트이 함께 해줘서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한국에서도 액티베이트와 같은 비영리기관의 창업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액티베이트 펠로우십 운영에 대해서 현장에서 알아본 결과 얻은 주요 시사점은 우수 인재들이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 집중하여 창업자 중심 즉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급과학기술에 특화된 우수 인재들이 고물가의 실리콘밸리 환경에서 불편하지 않게 창업에 집중할 수 있게 효과적인 재정지원을 제공하며 이공대생들에게 부족한 경영에 대한 지식을 현장에서 필요한 수준으로 효과적으로 교육과 더불어 선배 및 동료 창업가들과 네트워킹 지원을 통해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및 생태계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액티베이트는 우수 인재 선발에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하지만 한번 선정된 인재들에 대해서는 신뢰를 가지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어느 분야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 인가에 대해서 과학 기술 분야별로쟁하며 성과주의에 따라서 부처별로 유사한 우수 인재 창업지원 사업들이 중복적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경제 선진국에 도입한 대한민국에서도 이제는 액티베이트와 같이 혁신과학기술분야 우수 인재들이 창업에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데 특화된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사업 발굴과 예산 마련이 필요하다.

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본 기고문은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기후테크 창업가 육성 사업인 '아산 유니버시티(Asan UniverCT, Climate Tech)'를 소개하고, 해당 사업과 협약을 맺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카이스트 등 4개 대학이 8월 다녀온 글로벌 탐방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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