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빛 이용한 분자 가위로 원자 편집 기술 구현…신약 발굴 패러다임 변화 이뤄

약효의 핵심 역할을 하는 원자를 편집하는 기술은 의약품 후보 발굴 과정을 혁신하고 선도적 신약을 개발하는 원천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이를 위한 단일 원자 편집 기술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KAIST는 박윤수 화학과 교수팀이 오각 고리 화합물인 퓨란의 산소 원자를 질소 원자로 편집·교정해, 제약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피롤 골격으로 직접 전환하는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많은 의약품은 복잡한 화학 구조를 갖는데, 정작 효능은 핵심 원자 단 하나에 결정되기도 한다. 산소, 질소와 같은 원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약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약물 분자 골격에 특정 원자를 도입했을 때 나타나는 효능을 '단일 원자 효과'라 한다.

하지만, 단일 원자 효과를 평가하려면 다단계·고비용 합성 과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산소나 질소 등을 포함한 고리 골격은 고유의 안정성(방향족성)으로 인해 단일 원자만 선택적으로 편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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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빛에너지를 활용하는 광촉매를 도입해 해당 기술을 구현했다. 분자 가위 역할을 하는 광촉매를 개발, 오각 고리를 자유자재로 자르고 붙여 상온·상압 조건에서 동작하는 단일 원자 교정 반응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들뜬 상태의 분자 가위가 단전자 산화 반응을 통해 퓨란의 산소를 제거하고, 질소 원자를 연이어 추가하는 새로운 반응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연구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연구 제1 저자인 KAIST 화학과의 김동현, 유재현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빛에너지를 활용해 가혹한 조건을 대체해 해당 기술이 높은 활용성을 가질 수 있었다”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천연물이나 의약품들을 기질로 활용해도 선택적으로 목표 편집이 수행된다”고 설명했다.

박윤수 교수는 “오각 고리형 유기 물질의 골격을 선택적으로 편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제약 분야의 중요한 숙제였던 의약품 후보 물질의 라이브러리 구축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며 “해당 기반 기술이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하는데 쓰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구성과는 사이언스에 지난 10월 3일 게재됐다. 또 사이언스 내 퍼스텍티브(Perspective) 섹션에 추가 선정돼 연구 의의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는 저명 과학자가 파급력 있는 연구를 선별해 해설하는 코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KAIST 교내연구사업 도약연구 및 초세대협업연구실, 포스코청암재단의 포스코 사이언스펠로십 재원을 바탕으로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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