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소금 전지' 상용화 난제, 전자레인지 원리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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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김대호·박종환 박사(앞줄 왼쪽부터) 연구팀이 '마이크로파 유도 가열' 기술을 활용해 나트륨 이온 전지 음극 소재인 '하드 카본'을 신속 제조하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나노융합연구센터 김대호·박종환 박사팀이 전자레인지 원리인 마이크로파 유도 가열 기술을 활용해 '나트륨 이온 전지'의 하드 카본 음극을 30초 만에 신속 제조하는 획기적인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이차전지 중 하나인 나트륨 이온 전지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을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으로 대체한 점이 특징이다. 나트륨은 매장량이 리튬의 1000배 이상 많고 채굴과 제련도 쉽다. 반응성도 리튬보다 낮아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고속 충·방전에 유리하며 낮은 온도에서도 성능이 잘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나트륨 이온 전지 제조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리튬 이온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고 수명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나트륨 이온은 리튬 이온보다 입자가 크기 때문에 기존 음극재인 흑연보다 층간 거리가 큰 하드 카본이 활용된다.

하드 카본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식물 및 고분자의 주요 구성원인 탄화수소 재료를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공간에서 1000℃ 이상 고온으로 장시간 태워야만 하드 카본을 만들 수 있다. 이렇듯 경제적·환경적으로 부담이 되는 탄화 공정은 나트륨 이온 전지의 상용화를 막는 원인 중 하나다.

연구팀은 전자레인지 원리인 마이크로파를 활용해 급속 가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고분자 원료에 전기가 잘 통하는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소량 섞어 필름을 만든 후 여기에 마이크로파 자기장을 가해주면 탄소나노튜브에 유도 전류가 발생하게 되고 필름 소재만 30초 만에 선택적으로 1400℃ 이상 고속 가열되는 원리다.

핵심 기법은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멀티피직스 시뮬레이션'이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파 대역 전자기장이 나노소재에 가해질 때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나트륨 이온 전지 음극재를 제조하는 신개념 공정 방식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음극재 성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한편 대면적 하드 카본 필름을 연속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한다는 목표다. 나아가 마이크로파 유도 가열이 고온 소성 공정이 필요한 전고체 전지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술 활용 범위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박종환 박사는 “전기차 화재 사건 등으로 인해 안전하고 추운 겨울철에도 잘 작동하는 나트륨 이온 전지가 주목받기도 했지만 음극재를 만드는 탄화 공정이 에너지 효율이나 비용 측면에서 큰 열세였다”고 설명했다.

김대호 박사는 “우리의 마이크로파 유도 가열 기술은 하드 카본을 빠르고 쉽게 제조할 수 있어 나트륨 이온 전지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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