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재원 조달 장벽 대거 허문다…“2030년 벤처시장 규모 20조 달성”

정부가 벤처투자 시장 자금 유입을 가로막던 장벽을 대거 허문다. 국내 금융권과 글로벌 투자자 유치로 2030년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벤처·스타트업의 세계화를 위한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투자유치, 국내 투자자 확충, 벤처투자자 균형성장 도모, 글로벌 수준 투자환경 조성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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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 인포그래픽1(자료=중소벤처기업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 참여 주체 확보다. 중기부는 내년 출자자(LP) 첫걸음 펀드를 신설한다. 벤처투자조합 출자 경험이 없는 연기금, 금융사, 기관 출자자 등이 참여하는 전용펀드다.

이들이 벤처투자조합에 처음으로 출자하면 모태펀드가 같은 금액을 출자한다. 우선손실충당(펀드가 손실을 보면 손실금을 모태 출자액 10% 이내에서 우선 충당), 콜옵션(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연기금은 자본시장 내 '큰손'으로 꼽히지만, 손실 우려로 벤처시장에는 투자가 미진했다는 판단에서다. 중기부는 벤처캐피털(VC) 업계 숙원이던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참여에 대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논의를 펼치기로 했다.

중기부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벤처펀드에 출자하도록 정책목적 펀드에 대해선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예외키로 했다. RWA 가중치는 투자자산의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비상장주식을 매매하는 벤처펀드의 RWA는 400%다. 출자금의 네 배가 위험자산 출자로 인식, 자기자본비율(BIS)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때문에 은행권이 벤처펀드에 출자하고 싶어도 재무제표 부담으로 나설 수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기부는 금융회사가 전년 대비 벤처투자조합 출자를 확대하면 모태자펀드에 우선손실충당을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중기부는 산업자본의 벤처투자 참여도 촉진한다.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에 투자까지 집행할 경우 모태펀드가 같은 금액을 투자하는 밸류업 펀드를 만든다. 대기업, 공기업과 상생협력 모펀드도 조성한다. 상생협력기금의 벤처펀드 출자가 허용되며 길이 열렸는데, 출연기업은 세제 혜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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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 인포그래픽2(자료=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투자금의 국내 벤처투자 시장 유입도 노린다. 중기부는 싱가포르에 한국벤처투자 가변자본기업(K-VCC)을 설립한다. VCC는 싱가포르 통화청이 인가하는 일종의 VC 면허로, 자펀드를 꾸릴 수 있다. 중기부는 2027년까지 2억달러(약 2640억원) 규모 싱가포르 계정 펀드를 조성한다. 국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글로벌펀드, 세컨더리 펀드, 재간접펀드(국내 벤처펀드에 출자) 등 하위펀드를 국내 VC가 운영토록해 대한민국 벤처생태계의 글로벌화를 도모한다.

해외 VC의 국내 유치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내년 12월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설립되는 글로벌 창업허브 '딥테크타운'에 글로벌 VC 입주를 유도한다. 국내 사무소를 보유한 해외 VC는 글로벌펀드 출자사업 우대, 출자한도 상향이 허용된다. 달러 기반 벤처펀드 운용 길도 열어 이중 환전 부담을 해소한다.

벤처투자 규제도 세계 표준 수준으로 완화한다. 중기부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을 개정, 현행 창업·벤처기업인 의무투자 대상을 전체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외 창업기업도 의무투자로 인정한다.

투자기업 선별, 계약체결, 회수 등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조합운용전문회사' 제도도 도입한다. 미국에는 보편화된 제도로 투자업무 전문성을 살린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벤처투자회사의 행정·관리 업무는 전문회사에 위탁하도록 허용해 필수인력 확보 부담을 덜어준다.

중기부는 현재 최대 49인 벤처펀드 최대 출자자 수 제한 확대를 추진하고,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운용 규제도 완화한다.

이밖에 지역 전용 벤처펀드 1조원 추가 조성,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 창업기획자의 투자의무 대상 범위 확대 등으로 벤처투자 시장의 균형을 꾀한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스타트업이 세계적으로 혁신 경쟁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인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