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전자금융거래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핀테크 등 유관 산업의 건전한 성장뿐 아니라 소비자의 안정적인 금융거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이 9월 15일을 기점으로 시행됐다. 이는 2021년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의 재발 방지와 소비자 보호 강화를 반영하고 있다.
시행 중인 개정 법안 핵심은 선불충전금에 대한 보호 강화다. 선불업자는 충전금의 100% 이상을 신탁, 예치 또는 지급보증보험 방식으로 별도 관리해야 한다. 티메프 및 머지포인트 사태의 원인 중 하나였던 충전금 유용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할 경우 할인 발행이나 적립금 지급을 제한하는 등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도 도입됐다.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글로벌 국가에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적용 중인 사항이다.
소액후불결제업에 대한 규제도 개정안에 포함돼 시행 중이다. 통신사 소액결제나 교통카드 후불결제 등이 신용카드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되며, 이용자별 최고이용한도는 월 30만원으로 제한된다. 일부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저하될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소비자 보호와 건전한 신용 거래 환경 조성에 더 무게중심을 둔 셈이다.
한편, 시장 규모가 약 300조원대인 전자지급결제대행(PG) 시장에 대한 추가 규제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전자결제 시장의 안정성 제고 및 소비자와 판매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미정산자금의 전액 별도 관리 의무화 및 경영지도기준 미준수 시 제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아직은 논의 단계지만 관련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그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다만, 업계 일부에선 비용 부담 증가와 시장 퇴출 우려 등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 핀테크 기업들에는 규제 준수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자본 요건 강화로 인한 진입 장벽 상승, 운영 비용 증가, 혁신 서비스 출시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국내 규제가 글로벌 기준보다 지나칠 경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규제의 강도와 시장의 혁신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의 단계적 도입을 통해 기업들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거나 현행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를 활용하여 서비스의 시험 운영을 거치는 것도 좋은 사례다. 특히 기업 규모나 특성에 따른 차등적 규제 적용이나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특례 적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새로운 규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부 기업에선 선불예치금 대행관리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이는 자체적으로 선불업 라이선스 확보가 어려운 기업을 위해 고객 예치금을 대리 신탁하고 운영하는 서비스다. 긍정적 관점에서 규제 준수와 사업 기회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발행자와 서비스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를 오인케 하거나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향후 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시행과 추가 규제 논의는 티메프나 머지포인트 등 유사한 사태를 예방하고 핀테크 산업의 성숙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규제는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정부와 업계 등 이해관계자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소비자 보호와 시장의 혁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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