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을 두고 '덤핑' 등 무리한 수출이라고 규탄하자, 우리 정부가 체코 현지에서 이례적 반박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조원 규모 두코바니 2기 원전 건설의 최종 수주를 위해 체코를 방문한 가운데 동행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새벽(한국시간) 체코 현지 프레스룸에서 “아무 근거 없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앞으로의 계약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정호·김성환·민형배·허영 의원과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등은 19일 정부의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 추진과 관련해 “이대로 가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수출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한수원에 밀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주장이 근거다.
특히 “이제 윤석열 정부와 한수원이 핵심 기자재를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납품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 수십조원 손실이 발생한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이 재현되는 것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익 실현이 불가능한 원전 시장 대신 연간 10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지난 7월 23일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체코 총리 초청에 따라 9년 만에 이뤄진 공식 방문이다. 야당 주장처럼 부랴부랴 만들어진 방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덤핑 수주 주장에 대해서도 “체코 정부는 한국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덤핑이 아니라 시공 기간과 예산을 준수하는 입증된 역량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주한체코 대사는 한수원이 공정한 가격을 제시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아무 근거 없이 덤핑 수주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앞으로의 계약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다. 팀코리아는 한국과 체코 양국 모두에게 상호 호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체코 반독점 사무소의 입장도 모르는 무능 정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9월 3일 체코 경쟁당국은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로부터 진정을 받았기 때문에 관련 행정 절차가 시작되었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체코 총리는 신규 전 건설사업 입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총리 특사는 9월 초 방한 계기에 한국과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코 산업부는 입찰 탈락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는 흔한 일이며, 유사 사례가 많다, 체코 원전 입찰 절차는 법률, 경제, 에너지 분야 200여 명의 전문가에 의해 평가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상과 같이 체코 정부는 금번 원전 입찰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또 민주당의 '우리 돈으로 원전 지어주고 적자도 떠안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체코 정부가 EU로부터 9조원을 차입하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관련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체코 측의 금융 협력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원전 수출 대신, 1000조원 시장의 재생 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에 대해선 “반도체, AI, 첨단 산업을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기후 위기에 따른 탄소 중립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아 에너지 안보까지 충족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원전이라는 점에 많은 국가가 주목하고 있다. 체코, 프랑스, 미국 등 25개국이 2050년까지 현재 원전 용량의 3배를 늘리자는 합의를 한 바 있다”면서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라는 것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큰 흐름이다.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원전 시장과 더불어 신재생 관련 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 중이다.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프라하(체코)=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