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먼저 잡는다'…中 OLEDoS 잇단 양산 투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올레도스(OLEDoS)' 상용화에 잇단 도전장을 던져 귀추가 주목된다. OLEDoS는 1인치 안팎의 작은 화면에 4K 이상 초고해상도를 구현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확장현실(XR) 기기 필수로 손꼽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이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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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레이크사이드의 올레도스 패널. (사진=레이크사이드)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복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OLEDoS 양산 라인 구축에 뛰어들었다.

BCD텍은 최근 SNU프리시젼(에스엔유)을 OLEDoS 증착 장비 공급사로 낙점했다. 증착 장비는 디스플레이에서 화소를 구현하는 설비로, OLEDoS 증착기는 실리콘 기판 위에 유기물을 안착시킨다. 증착기를 구매한다는 건 곧 OLEDoS를 제조할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BCD텍과 SNU프리시젼은 조만간 정식 공급 계약을 맺을 예정으로, 규모는 약 2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레이크사이드라이트닝세미컨덕터(레이크사이드)는 선익시스템에서 OLEDoS 증착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선익시스템은 레이크사이드와 333억원 규모 증착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장비는 내년 1월 공급될 예정이다.

BCD텍과 레이크사이드는 각각 2020년과 2017년 설립된 기업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모두 OLEDoS와 같은 초소형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BCD텍과 레이크사이드보다 앞서 사업을 시작했고, 더 공격적으로 OLEDoS에 투자하고 있는 곳은 중국 시야다. 이미 허페이 공장에 양산능력을 갖춘 시야는 2배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12인치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 화이트 OLED(W-OLED) 타입으로 OLEDoS를 만들고 있다. 화이트 OLED 위에 필터를 써서 컬러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시야는 중국 뿐 아니라 글로벌 메타버스 업체,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DJI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 또 다른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시드텍은 지난 6월 우후에 위치한 12인치 기반 OLEDoS 라인을 시험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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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드텍의 12인치 올레도스 라인 준공식. (사진=시드텍)

중국이 OLEDoS에 뛰어드는 건 성장성 때문이다. OLEDoS는 애플이 비전프로에 적용했을 정도로 XR 기기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XR 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00만대에서 2029년 1억대로 성장이 예상되는데, 디스플레이가 전체 재료비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이다.

중국 업체들의 OLEDoS 투자가 잇따르는 건 중국 정부의 지원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굴기'를 위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집행해왔는데, 이제는 지원이 OLEDoS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중국 지방정부가 예전처럼 디스플레이 분야에 광범위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OLEDoS나 8.6세대 중소형 OLED 등 새로운 기술과 아이템만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정책 지원이 달라지고 있다”며 “중국 패널 업체도 이에 맞춰 OLEDoS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LEDoS의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 공급 가격은 낮아져 애플 비전프로와 같은 기기 확산과 대중화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XR 시장 확대에 긍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부담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역시 OLEDoS 사업화에 뛰어든 상태여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기술력, 품질 외에도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과제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키미 린 수석연구원은 “시야, BOE, 시드텍 등이 경쟁하며 OLEDoS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0.49인치 제품의 경우 올해 25달러에서 내년 20달러, 2026년 17달러 등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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