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소부장특별법을 비롯해 간호법제정안·전세사기특별법·소부장특별법·산업집적활성화법·구하라법 등 28개 민생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첫 여야 합의 통과 법안이다. 그간 갈등을 부추겨 온 쟁점법안들에 대해서는 내달 본회의에서 재표결하기로 했다.
28일 오후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28개 민생 법안들이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당초 여야가 이견없이 수용 가능한 법안으로 10여 개정도가 추려졌으나 막판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서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간호법의 경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파업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국민의힘이 민주당안을 대폭 수용하면서 막판 합의가 이뤄진 점이 눈에 띈다. 현장에 투입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진료 행위를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그간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일했던 이들 PA 간호사들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해당 주택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최대 20년간 제공하는 내용의 전세사기특별법도 통과했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안도 다수 처리됐다. △'소·부·장 경쟁력강화 특별회계' 유효기간을 2029년 말까지로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소부장특별법'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보장한 '산업집적활성화법' △기술 자료의 부당 유용으로 중소기업 피해가 우려될 때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20,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정쟁에 밀려 폐기됐던 '구하라법'도 통과됐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상속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회사의 예금보험료율 한도 적용 기한을 2027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예금자보호법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연장되지 않았다면 예금보험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컸다.
또한 여야는 내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표결하기로 했다.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이 해당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에게 내달 2일 정기국회 개회식과 22대 국회 개원식을 함께 열겠다는 방침도 통보했다. 그간 여야간 극한 대치로 22대 국회가 문을 연지 3개월이 지났지만 개원식 조차 열지 못했다.
이처럼 국회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지만,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놓고 여야간 날선 신경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추진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회담에도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