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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27일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과 선도형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야 될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약자 복지, 민생, 경제활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했다”며 “총지출 증가율보다는 내용면에서 민생과 경제활력에 기여하는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AI·바이오·양자 투자 강화…“나눠먹기 R&D 혁파”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29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2023년 29조3000억원보다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과학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최 부총리는 “R&D 예산은 단순한 규모의 증액이 아니라 저성과·나눠먹기식 R&D를 혁파해 선도형 R&D로 대전환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R&D 예산은 올해 2조7755억원에서 내년에는 3조5446억원으로 확대한다. 이는 전년대비 27.7% 늘어난 규모다. 미래도전형 R&D를 통해 기술주권을 확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AI는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이 확산 중인 만큼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예산 370억원을 신규 확보했다. 차세대 범용 AI 개발 예산은 4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늘린다. 바이오도 전주기 협업 프로젝트 예산을 1873억원에서 2763억원으로 늘린다. 양자도 1000큐빗 퀀텀컴퓨터 예산 98억원, 양자컴퓨팅 서비스 예산 59억원 등 신규 사업을 추가했다.

신종범죄와 새로운 유형의 재난, 기후변화 등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R&D 예산도 3조3783억원에서 3조6666억원으로 늘렸다. 리튬 기반 배터리 화재대응 R&D(51억원), 신종 보이스피싱 조기 탐지(45억원), 김 육상양식 기술개발(60억원) 등이 포함됐다.

젊은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올해 5623억원에서 내년에는 7100억원으로 늘린다. 연구생활장려금인 한국형 스타이펜드(Stipend)를 도입해 박사는 월 110만원, 석사는 월 8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반도체 저리대출 4.3조 공급…AX 속도 낸다

반도체와 AI, 바이오, 이차전지 등 이른바 'ABC+ 첨단산업'도 지원을 강화한다.

반도체의 경우 대규모 투자를 위한 4조3000억원의 신규 저리대출 첨단산업론에 250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생태계 펀드도 4200억원 규모로 확대해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대형화를 지원한다.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해 설계특성화대학을 신설하고 한국과 네덜란드 간 대학생 및 재직자가 참여하는 공동 팀프로젝트 사업을 신설한다.

팹리스 부문의 경우 30개사를 선정해 초기 팹리스 설계·시제품·사업화 전주기 지원에 84억원을, AI반도체 기업이 공동활용 할 수 있는 실증장비 구축에 72억원을 투입한다. 14나노 이하 첨단공정의 시제품 지원단가도 2배 인상했다.

AI 대전환(AX)의 속도가 국가의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된 만큼 AI 분야 글로벌 톱 3로 도약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1조7000억원으로 3000억원 확대했다. 금융지원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AI혁신펀드를 조성하며, 450억원을 재정으로 투입한다. AI융합혁신대학원 신규 설립, AI연구거점 조성에 총 295억원을 들일 예정이다.

공공부문도 AI 활용 범위도 넓힌다. AI 기술 도입과 시스템 안정성을 강화해 초거대 AI 도입을 통한 '디지털플랫폼정부' 기반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효율적인 AI 도입을 위해선 '망 보안체계 전환' 실증에 150억원을, '범정부 초거대AI 공통기반 구현'에 99억원을 신규로 확보했다. AI도입으로 서비스 시간 단축이 가능한 재판과 수사, 특허심사는 102억원을 별도 투자할 방침이다.

관리재정수지 -2.9%·국가채무비율 48.3%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대비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지출증가율은 올해 예산안(2.8%)보다 늘었으나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3% 이내로 줄여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651조8000억원이며 이중 382조4000억원이 국세수입이다.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15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법인세수 부족 등으로 인해 약 10조원 규모 세수펑크가 예상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25조원 가량 세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법인세는 올해의 기업실적 호조가 반영되며 10조8000억원 늘어나며, 부가가치세도 소비 증가 영향으로 6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25조6000억원, 통합재정수지에서 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77조7000억원 적자를 예상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9%로 정부가 도입하려는 재정준칙에서 규정한 적자 3.0% 이내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1277조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3%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대비 0.8%포인트(P) 증가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통해 향후 관리재정수지는 -3.0% 이내에서, 국가채무는 2028년까지 50% 수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