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데피트 임시대표 체제 유지
10년간 DH 근무…사정 밝아
구독제 '배민클럽' 안착 과제
수수료 인상 등 국감 대응 유리
배달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외국인 임시대표 체제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치열해진 시장 경쟁, 규제 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배달업계는 피터얀 반데피트 임시대표에게 공정거래위원회 상생협의체와 국정감사 등 규제 리스크, 구독제 멤버십 배민클럽 안착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달 예정됐던 대표 선임 이사회를 열지 않고 연말까지 현 피터얀 반데피트 임시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반데피트 대표는 2015년부터 배민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고 있다. 그만큼 DH 사정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우아한형제들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데피트 대표가 임시 대표이지만 중개 수수료 인상 등 중요한 결정을 했다”면서 “외국인이 국감에 대응하기 유리하다는 점도 결정에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달업계는 반데피트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가 산적했다고 진단했다.
반데피트 대표 체제 배민은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상생협의체에서 논의되는 중개 수수료 인하 압박을 견뎌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중개 수수료 인하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배민이 배달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 만큼 상생협의체에서 정부가 압박 강도를 높일 전망이다.
배민 역사상 최초의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을 안착하는 것도 과제다. 배민은 당초 지난 20일 구독제 멤버십 서비스인 배민클럽 유료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번복하고 다음달 11일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배민은 가게배달 식당을 배민클럽에 가입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서비스 개시를 지연했다. 하지만 가게배달 점주가 무료배달비를 지원해야 해 점주들의 반발이 크다. 이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식당을 배민클럽에 가입시킬 수 있을지 관건이다.
배민클럽 유료화로 인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낮추는 것이 과제로 제시된다. 배민클럽의 혜택을 무료배달과 쿠폰 제공 혜택이 핵심이다. 쿠팡의 커머스 혜택을 바탕으로 무료배달을 제공하는 쿠팡이츠, 요기패스X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휴하며 혜택을 강화한 요기요 등과 '멤버십 경쟁'을 벌어야 한다. 최근에는 지나치게 수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H는 점유율을 잃더라도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점주의 인심을 잃는 악수를 계속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국정감사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도 난관이다. 특히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반데피트 대표가 국감에 설 가능성이 높다. 배민이 독일 DH에 모회사를 둔 회사라는 이미지를 희석해야 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제정 움직임을 보이는 온라인플랫폼법의 '칼날'도 피해야 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