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복병을 만났다. 국민연금기금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합병 원점 재논의를 요구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2일 10차 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지분 6.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24.9%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버넌스포럼도 같은 날 SK이노베이션과 SK E&S 이사회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합병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SK이노베이션, SK E&S 각각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일반주주 입장에서 합병 필요성과 합병비율 재심의 △SK, SK이노베이션 주총 개최시 의결권 행사 삼가 △SK이노베이션 밸류업 선행 후 합병 논의 재개 △달성가능한 수치 제시 등을 요구했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거버넌스 관점에서 이번 합병은 SK온 살리기 위해 SK 일반주주가 '부자'인 SK E&S 재산 헐어서 '가난'해진 SK이노베이션 메꿔주는 셈이다”며 “분할 상장이 자회사 및 손자회사 단계에서 계속 이뤄진다면 SK 및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는 계속 신음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 제1호 의안으로 SK E&S와의 합병계약 체결 승인 건을 올릴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관련 최근 이례적으로 합병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며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와 포털 네이버 등에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해 △합병 통합 시너지 △일반 주주 주요질문 및 답변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합병 발표 이후 일반 주주들이 비상장사인 SK E&S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SK E&S 사업 및 합병 시너지를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