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후보로 거론되는 '액시온'의 존재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차세대 액시온 탐색 실험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암흑물질 실체 발견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진은 암흑물질 사냥 범위를 좁힌 논문 두 건을 국제학술지에 연달아 발표했다.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은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지며, 주변을 진동하며 떠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진기를 이용해 미약한 세기 주파수를 증폭하고 검출하면 해당 영역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액시온 질량, 즉 변환된 주파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예측된 액시온 주파수 영역은 FM 라디오 주파수 영역 대비 5000만배가량 넓다.
IBS 연구단은 액시온을 설명하는 이론 모델 중 가장 높은 감도를 요구하는 'DFSZ 액시온' 탐색을 목표로 한다.
연구단은 액시온 검출 확률이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 지구자기장의 24만배에 이르는 12테슬라(T) 자석을 구현했다.
이렇게 구축한 장비로 액시온 질량이 4.24~4.91마이크로전자볼트(μeV), 주파수로 1.025~1.185㎓에 해당하는 주파수 범위를 세계 최고 감도로 탐색했다.
앞서 2023년 진행한 연구에서 질량 4.55μeV 영역의 좁은 범위를 빠른 시간에 고감도 탐색이 가능함을 입증한 데 이어 이번 연구에서는 더 넓은 영역을 탐색해 독자 개발한 장비가 액시온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방대한 영역을 모두 탐구할 훌륭한 탐색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실험의 난이도로 인해 DFSZ 액시온을 탐색할 수 있는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두 곳뿐이었고, 이 중 1㎓ 이상 주파수에서 고감도로 액시온 탐색에 성공한 건 현재까지 IBS 연구진이 유일하다.
연구단은 또 기존 액시온 실험이 저주파 신호 탐색에 주목하던 것과 달리 더 높은 주파수에 주목했다. 액시온 이론 모델인 KSVZ에 근거해 액시온 질량을 예측한 최근 연구들이 20~30μeV의 고주파수 영역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고주파 신호를 탐색하려면 주파수 신호를 증폭하는 공진기의 부피를 줄여야 하는데 부피가 줄면 액시온이 광자로 변하는 확률도 감소해 같은 양의 데이터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연구진은 원통형 공진기를 피자 조각을 자르듯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눈 '피자 공진기(다중방 공진기)'를 고안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12T의 고자기장 환경에서 방이 3개인 삼중방 피자 공진기로 액시온 검출 실험을 진행했다. 첨단 냉각기와 양자 증폭기를 도입해 실험 민감도를 높였다.
실험 결과 액시온이 질량 22μeV 영역에서 존재할 가능성을 90% 신뢰 수준으로 배제했다. 해당 질량 범위에서 최고 수준으로 민감한 결과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게재됐다.
PRL 연구 교신저자 윤성우 연구위원은 “액시온 암흑물질 탐색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라며 “이번 연구는 이론적 예측을 기반으로 실험을 설계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차세대 액시온 탐색 실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