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치력 시험 무대에 섰다. 주요 현안마다 가해지는 거대야당 압박과 지도부가 바뀐 여당과의 불편한 동거 속에서 윤 대통령은 야당이 강행처리한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광복절 특별사면 최종 명단과 경축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칫 '불통' 이미지만 부각하면 추가 개각을 비롯한 향후 국정운영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참패 후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일 닷새간의 여름휴가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은 휴일인 11일 관저에서 그동안의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 경축사 연설문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4법은 지난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 건의안이 의결됐다. 윤 대통령 재가만 남은 상태다. 처리기한은 오는 14일이나, 이르면 금명간 재가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이 경우, 16~19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된다. 지난해에도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방송3법이 강행처리되고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19개 법안 중 방송법 관련만 7개에 달하는 셈이다. 야당이 탄핵을 위해 의도적으로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지적하는 이유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대표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경제산업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노란봉투법도 오는 13일 국무회의를 통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법안은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됐으며, 윤 대통령은 오는 20일까지 국회에 재의요구(거부)를 할 수 있다.
광복절 특사 명단에서도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면·복권이 그 중심인데, 대통령실과 여야 간 진실게임 공방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총선 후 정무 실패를 인정하고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교체했지만 잡음은 여전하다. 민주당이 재발의한 '채 상병 특검' 법안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부담이다.
이와 함께 주가 급락을 비롯한 금융시장 불안과 이른바 티메프 사태, 국내외 에너지 사업 등 경제산업 현안도 산적한 상황이다.
결국 이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윤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거대야당과의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도 국정을 위한 협치는 끌어내야 하는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제안한 두 번째 영수회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이 정부·여당이 수용하기 힘든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국정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