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배달의민족 중개 수수료 인상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차원의 온플법을 수립하고 연내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전문가는 국회의 이 같은 '속도전'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배민과 티메프 문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참여연대, 점주단체 등과 함께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본사를 방문해 배민 중개 수수료 인상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박주민 의원과 함께 김남근, 김태선, 정진욱, 이강일 의원은 피터얀 반데비트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만나 면담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우아한형제들 본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배민 대표를 만나 배민의 지배력을 문제 삼으면서 중개 수수료 인하를 압박했다. 반면 배민 대표는 중개 수수료와 가격 문제는 조율이 어렵고, 식자재 할인 등 상생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생협의체를 구성한 상황에서 야당까지 나서 업체를 압박하는데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배민 중개 수수료 인상,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플법 제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당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당 차원의 온플법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총 6건의 온플법을 발의했다. 이를 하나의 법안으로 병합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연내 온플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온플법에 대해 “지금 당내에서는 당의 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온플법 입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반면 플랫폼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온플법 속도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에 대한 검토없이 광범위하게 플랫폼을 규제하는 '옥상옥' 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민의 중개 수수료에 대해서는 고유의 사업모델로 정부나 국회가 일방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티메프 사태 방지 조항을 온플법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맞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품을 직매입하는 경우에는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 유통업법)'이 적용될 수 있지만 중개거래만 하면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고,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이기 때문에 셀러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 부분이 규제 공백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플법을 도입하면 이원적인 규제는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 발의된 온플법을 보면 대규모유통업법에 준해 계약서도 쓰게 하는 것인데 온라인 플랫폼과는 잘 맞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자율규제기구에서 수용했다”면서 “지금 발의된 온플법안들이 구체적으로 (티메프) 사태와 어떻게 관련이 있을지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