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이른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법'이 22대 국회에서도 부활했다. 20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야당은 본회의를 열어 특별법을 강행 처리했다.
내용은 이전보다 더 나아가 지역화폐와의 결합을 내세웠다. 재정당국은 지역 사업인 지역화폐를 국고로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25만원 지급에 필요한 재정소요는 1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야당은 소상공인의 위기를 이유로 민생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밀어 붙이지만 근거는 빈약하다. 소비가 줄어서 자영업자들이 폐업한다는 논리겠지만 자영업 폐업 증가는 그렇게 간단하게 분석할 수 없다.
경제전문가들이 본 내수 부진의 원인은 고금리이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높은 금융비용에서 발생한다.
소비가 감소하는 원인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다.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은 소비를 잠깐 반등시킬 수는 있어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실질소득의 감소 폭을 더 키우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하반기 2% 초반으로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막 물가가 잡혀가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현금성 지원을 무턱대고 쓸 수 없다는 재정당국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국민들이 민생지원금 지급을 간절하게 바라는 것도 아니다.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생지원금 지급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6%, 반대한다는 응답은 48%로 비슷했다.
민생지원금특별법은 정부의 예산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위헌이라는 의미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경제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책도 아니다.
결국 유력 당대표 후보의 대표 정책이라는 이유로 '민생'을 앞세워 추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치 논린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세대를 고려해 재정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게 진정한 민생지원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