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만나 이야기를 듣고, IR 발표로 인연이 닿아 투자까지 이뤄지면 나에게는 각별한 인연이 된다. 투자사와 피투자사로 엮이는 것 이상으로 함께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끈끈한 상호 연대가 만들어진다.
스타트업은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시드투자를 받고 성장하는 과정 중에 많은 고난을 겪는다. 늘 좋은 일만 생기는 스타트업은 없다. 성장 단계별로 극복해야 할 미션과 시련이 많다. 차곡차곡 단계별로 쌓아 나가는 과정에서 창업자들은 자연스레 내공이 생기고 경험치가 쌓일수록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만큼 CEO다운 모습으로 다듬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지난 12년간 1만번 이상 IR 미팅을 했고, 6000개 이상 스타트업 보육에 참여했다. 그 중 400개 기업은 직접 투자로 이어졌고 120여개 기업은 후속투자까지 연결됐다. 어떤 기업은 1회성 투자로 끝나기도 했고, 어떤 기업은 팁스 매칭에서부터 시리즈 A, B 라운드를 함께 걷기도 했다.
어떤 창업자로부터는 투자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갖고 꾸준히 연락이 오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단계별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매주 혹은 매월 보고하면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성실함이다. 좋은 습관은 성실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내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 매주 또는 매월 소식 업데이트해 알려주는 창업자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후속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투자자와 정기적으로 성실하게 소통함으로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자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유치한 후 이들의 네트워크와 리소스를 활용하고, 스마트 매칭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면 더없이 스마트 머니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포기할 줄 모르는 기업가정신도 중요하다. 모든 스타트업은 어떤 위기를 맞더라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씨엔티테크 경영철학은 '상즉인(商卽人) 인즉상(人卽商)'이다. 이 말은 조선시대 말기 거상으로 유명한 임상옥이라는 사람이 했던 말로, 장사는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장사라는 의미다. 20대에 SL2 운영을 실패한 경험이 있었을 때 그 때 읽었던 '상도'라는 소설 속 문장이 내 마음 속에 낙인처럼 새겨졌다.
'사업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그 때부터 나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장기 성장과 미래를 본다. 이는 우리 회사 직원들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그러하고, 스타트업 대표를 보는 관점도 동일하다. 씨엔티테크 직원 대부분은 신입사원 출신이다. 지난 21년간 어떤 위기 상황을 맞더라도 구조조정 없이 직원을 품어나가고 있고 신입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함께 성장하고 이들의 역량이 커짐에 따라 자연스레 우리 회사도 성장하고 튼튼해질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러한 경영철학을 20년 넘게 지키다 보니, 초기 함께 했던 직원 중 근속년수 20년을 넘긴 직원, 10년을 넘긴 직원이 많다.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동일하다. 인연을 맺고 투자로 이어지는 창업자와 오랫동안 인연을 만들어가고 싶고, 그들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데에서 또 다른 열정의 불이 지펴진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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