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없이 인공지능(AI)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공유하고 받은 사람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안이 미국 상원 의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NBC뉴스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딕 더빈 미 상원 사법위원회 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이 제안한 이 법안(Defiance Act)은 피해자가 자신의 동의 없이 성적으로 노골적인 딥페이크 이미지와 영상을 제작·배포·수신한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 구제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상원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하원 의회 표결에서 과반수 이상 찬성하면 대통령 서명 후 확정된다.
하원에서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이 법을 “합의되지 않은 딥페이크 음란물의 생존자를 위한 최초의 연방적 보호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딥페이크 영상의 90% 이상이 합의되지 않은 성적으로 노골적 이미지이며, 특히 10개 중 9개가 여성이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딥페이크는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을 거짓으로 조작해 만든 디지털 이미지나 영상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 피해자의 얼굴을 음란물 영상의 신체와 합성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디지털 위조는 라벨링이나 마크 등 조치를 통해 가짜 영상임을 표시한다고 해도 피해가 줄어들지 않는다.
법안에서는 합의되지 않은 음란물 딥페이크를 '피해자를 나체로 묘사하거나 성적으로 노골적 행동이나 시나리오에 관여하는 소프트웨어(SW), 머신러닝, AI 또는 기타 컴퓨터 기반 생성이나 기술적 수단을 사용해 위조된 시각적 묘사'로 정의했다.
소송 등 민사상 구제책은 딥페이크 제작자는 물론 피해자가 딥페이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유포하거나 받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피해자는 법안에 따라 최대 15만달러(약 2억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으며, 실제 괴롭힘이나 스토킹, 폭행 등과 피해와 관련될 경우 최대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딥페이크 음란물은 2023년부터 급증했으며, 처음에는 인플루언서와 정치인, 연예인 등 여성 유명인을 대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테일러 스위프트의 AI 딥페이크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것을 비롯해 미국 중고등학교에서도 10대 여성 동급생의 이미지를 가짜 AI 음란물로 만들어 공유하면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