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플랫폼(K플랫폼)'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하이브리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 정책을 통한 지원과 육성뿐만 아니라 K플랫폼 맞춤형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플랫폼법정책학회장)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K플랫폼 미래포럼' 발제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정부와 학계 그리고 기업의 K플랫폼에 대한 시각 차가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독점, 공룡 기업이라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치열한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빅블러 시대,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며 시장 획정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이와 함께 경쟁관계의 형성 및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플랫폼 독점'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K플랫폼 시장 규모와 파급력은 국내외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에 빅테크가 존재하지 않으며 가까운 미래에도 토종 빅테크가 등장할 가능성이 없다고 내다봤다. 이는 디지털 생태계의 문제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관계 부처의 플랫폼 규제 법은 이 같은 현실을 심화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특히 국내 플랫폼 시장의 경쟁 상황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공개적인 논의 없이 21대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훨씬 앞서간 양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의 입법 목적은 표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 시장의 경쟁 보호 △기업 이용자의 보호 △거대 플랫폼에 의한 경제력 집중 등을 이유로 입법을 추진할 경우 자칫 현실과 괴리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선례를 참고해 K플랫폼에 맞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자유와 창의가 보장되는 무한경쟁이 특징이며, 중국의 경우 국가의 산업 정책을 통한 지원과 육성이 골자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플랫폼 공정화는 자율규제로, 독과점은 특별법으로 규제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기조를 참고해 건강한 경쟁을 촉진하고 대내외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주권에 대한 중요성 또한 강조했다. 디지털 주권이란 핵심 서비스 관련,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AI 시대에 맞춰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K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교수는 “디지털 주권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가기 위해 학계, 정부, 플랫폼 업계의 협업은 필수”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와 플랫폼을 연계한 K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