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제조 자동화와 무인화를 위해 로봇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X 부문 생산기술연구소(생기연)에 제조로봇팀을 신설했다. 당초 생기연 산하 스마트팩토리팀에 제조로봇 R&D가 있었으나 이를 스마트팩토리팀과 같은 별도 팀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생기연은 삼성전자가 필요로 하는 제조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생기연에서 개발한 기술은 제조 현장의 생산성·효율성 향상을 위해 적용돼 전 세계 삼성전자 생산기지의 '컨트롤 타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제조로봇팀장에는 강성철 삼성전자 부사장이 임명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 부사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의료로봇연구단장을 지낸 로봇공학 전문가로 2019년 삼성전자에 합류, 삼성리서치 로봇센터장을 맡아왔다. 삼성전자 로봇 R&D를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로봇 개발과 상용화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생기연에 제조로봇팀을 신설한 건 무인 체제로 운영되는 자율공장 구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제조로봇은 작업자가 제어할 필요없이 설정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팔이나 이동로봇 등 제조에 활용되는 로봇이다.
공장 자동화나 무인화를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제조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3월 협력사 모임인 상생협력데이에서 “자동화와 무인화 등으로 지속 성장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생기연 내 제조로봇팀 신설에 대해 “제조로봇 R&D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자동화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반도체 공장을 2030년까지 무인화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도 무인화 라인을 추진 중이다. VD 사업부는 중국 TV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제조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수립하고, 2027년까지 공장 무인화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로봇은 TV 조립·검사·포장 등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로봇 전문 업체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