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고개 드는 미국 리스크, '원팀' 대응해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표어였다. 줄여서 'MAGA'라고 한다. 최근 이 표어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지율 상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미국 대선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트럼프 재집권이 현실이 될 경우, '더 위대해질' 미국은 우리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안보참모였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한국은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방위비 증액 요구를 시사했다. 벌써 예비 청구서를 날리는 듯하다.

산업 관점에서도 MAGA 불확실성이 급부상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는 '보조금 정책 폐기'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기업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전기차 보조금은 자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하려는 미국 정부가 내세운 핵심 유인책이다. 반도체 생산 능력을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등 아시아에 뺏긴 미국이다. 다시 반도체 패권을 쥐려면 인텔과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스(GF) 등 자국 기업만으로는 역부족이라 판단, 삼성과 SK, TSMC 등을 유치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미국을 위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이러한 행보는 불가피하다. 삼성과 SK과 같은 미 진출 기업은 △현지 인건비 △기업 문화 차이 △인력 확보 어려움 등 각종 부담을 안고 미국에 진출했다. 자국 투자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여론도 무겁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와 미 진출 기업 관계를 '윈윈' 구도로 재정립한 것이 바로 보조금이다. 비용 부담만이라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어서다.

트럼프 재집권 시 이 같은 상호 협력은 깨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도를 넘어설 경우, 불확실성은 '위기'로 확정될 수밖에 없다.

위기는 완벽히 해결하기 어렵지만 불확실성은 '대비'함으로써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에서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기라 하면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떠오른다. 사후 대응이었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원팀' 전략으로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부는 소재 국산화 연구개발(R&D) 정책을 가동했고, 기업은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사방팔방 뛰었다.

특히 삼성은 긴밀하게 대응했다. 반도체 라인을 멈출 순 없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해외를 다니며 대안 공급처를 찾고, 임직원은 소재 국산화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삼성 뿐 아니라 SK 등 반도체 산업 주역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공급망에 있는 협력사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MAGA는 반도체, 나아가 우리나라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이슈이다. 지금이라도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불확실성은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 정부의 외교력만, 기업의 경영 능력만, 특정 누구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순 없다. 힘을 합치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대비하는 '원팀' 체제만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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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준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