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이동의 역사다. 1903년 미국의 키티호크 언덕에서 라이트 형제가 인간을 태운 비행기를 잠시나마 비행하는데 성공한 이후 항공교통체계의 발전은 대항해시대를 거쳐 전 세계로 확장됐다. 이동 공간을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영역으로 극적으로 넓힌 항공교통체계는 첨단기술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항공교통체계의 근간에는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의 비행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제트엔진과 항공기의 안전한 착륙을 지원하는 항행안전무선시설 중 하나인 계기착륙시설의 주요 기술 또한 이 시대에 개발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정교함과 안정성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발전하고 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한 변화의 속도와 비교한다면 큰 차이가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에서도 항공기의 항행체계를 위성기반으로 전환하고 데이터 통신을 활성화하며 효율적인 감시체계를 적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기술들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상호 호환성이 중요한 항공교통체계의 특성으로 인해 기술의 전환은 더디다.
2016년 미국 CES에서 우버가 도심항공교통(UAM) 개념을 제시한 이후 전 세계는 항공교통체계가 완전한 일상의 모빌리티체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이를 위해 첨단 기술의 활용과 항공기 및 이착륙장의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다시금 느꼈다.
UAM 체계의 특성을 보면 전동화를 통해 친환경과 저소음의 장점과 함께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특징으로 대형 건물의 옥상과 같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하지만 UAM이 일상의 모빌리티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요금과 높은 정시성, 간단한 탑승 및 하기 절차,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와 같은 기존 항공교통체계에서 달성하지 못한 특성 또한 갖춰야 한다.
여기에는 디지털 기술이 필수적이다. 적정한 요금을 위해 기체의 운영 방식은 원격조종 단계를 거쳐 자율비행 단계로 발전돼야 한다.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 또한 이러한 단계적 발전을 제시하고 있다. 적정한 요금은 UAM 수요를 높이고 운영 빈도를 높여 다시 요금을 낮출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선순환 구조에 필수 조건이다.
높은 정시성 또한 중요하다. 예정된 시간대에 운항이 가능하도록 준비되고 예정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다른 교통수단과 끊김 없는 연결에도 필수적이다. 간단한 탑승 및 하기 절차는 이러한 높은 정시성 달성과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공항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항공기 탑승을 위해서는 넓은 공항 내 이동시간과 체크인과 보안검색을 위한 시간을 고려해 최소 출발 1, 2시간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여객이 게이트까지 도착하더라도 항공기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여객은 전체 이동 경험 중 공항에서 이동 경험의 단절을 느끼게 된다.
항공기와 지상간 지속적인 데이터 통신을 통한 위치 정보의 공유, 정밀한 기상예측, 생체인식 기술과 자동화된 체크인 및 보안검색 절차 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현재 민간기업들과 정부, 공공기관들이 합심해 기술개발과 검증에 전념하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 또한 이러한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UAM 서비스의 정착은 기존 항공교통체계의 '오래되고 불편함, 비효율성에도 잘 동작하는 체계'를 혁신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언젠가는 인천공항에서도 여객들이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UAM을 탑승하며 결국에는 UAM과 기존 항공교통체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전인수 인천국제공항공사 과장 isjeon@airpor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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