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강석진 중진공 이사장 “중진공이 마중물 되어 유니콘·중견기업 성장 돕겠다”

Photo Image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중소기업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중견기업으로 키워내기 위해선 현재 5000만명 수준인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로는 매출 20억~30억원 넘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출을 해야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활약할 수 있는 'K-국가대표'로 성장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국내 산업구조를 진단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를 넘어 해외진출에 성공한다면 기업 성장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 이사장은 창업 초기 기업 육성은 물론 정책금융 융자 등을 통해 마중물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했다. 중진공은 대한민국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 창업 및 벤처 지원, 해외 진출 지원, 기술 개발 및 혁신 지원, 인력 및 교육 지원, 정책 및 정보 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진공을 통해 중소기업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창업 초기부터 성장 단계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중진공은 올해 중점 과제로 금융 지원을 통한 중소벤처기업 역동성 회복을 꼽았다. 기업들이 민간에서 더 많은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도록 정책금융 융자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신시장 진출 지원, 맞춤 인재 육성 등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임 11개월차를 맞은 강 이사장을 만나 현재 중진공이 해야 할 역할과 국내 중소벤처기업 육성 방안 등을 들어봤다.

대담=권건호 헬스케어벤처부 부장

-중진공 이사장으로 취임 300일을 맞았다. 과거 정당인, 기초단체장, 국회의원, 공공기관 등 다양한 경험을 하셨다. 그 경험을 살려 어떻게 중진공을 운영하고 있는지 취임 후 소회를 듣고 싶다.

▲새삼스럽지만 여러 경험을 했다. 사기업에도 있었고 정당에서는 당 사무처, 국회에서는 국회 정책연구위원, 군수, 청와대 등을 두루 거쳤다. 모든 게 조직생활이었다. 조직을 어떻게 잘 조화롭게 할 수 있는지, 이런걸 직접 경험했다. 직장인으로 치면 복사부터 시작해 관리직까지 두루 경험했다.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 지원 대표기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정책자금부터 수출, 인력, 지역혁신 등 깜짝 놀랄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군수로서의 경험이 중진공 이사장에 도움이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0년 전 자치단체장은 CEO나 다름이 없었다. 기업 경영 마인드로 지역을 발전시키고, 공약도 지켜야 한다. 지방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12%밖에 되지 않아 정부 또는 중앙부처에 사업을 제시하면서 예산도 가져와야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게 CEO 마인드다.

국회나 기술보증기금 경험도 아주 도움이 됐다. 예산은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건 중진공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임 후 우선 정책사업이 전문성 있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핵심사업 혁신체계를 다잡고, 전국 현장부서를 순회하며 전 직원이 '중소기업 지원 첨병의 사명감'을 갖도록 소통과 공감 활동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중진공은 말 그대로 중소벤처기업을 진흥하는 공공기관이다. 탄소중립부터 중대재해처벌법, 글로벌, 성장 등 지원할 게 너무 많다.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나.

▲중진공 핵심사업(자금·수출·인력·지역)과 실효적 지원역량(현장조직, 기업DB)을 기반으로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 회복과 역동성 제고를 위한 과제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구조 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미래대비 과제를 강화하고, 고객이 체감하는 조직·서비스 및 규제 혁신으로 정책지원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밸류업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을 키우고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사다리가 약하다. 중진공이 현재 8500개 기업에 융자를 지원했는데, 지원액이 평균 3억원 수준이다. 이 역시 신생창업기업, 어려운 기업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결국 밸류업이 더 중요하다. 선순환을 위해서는 밸류업시키는 혁신 성장, 소위 말하는 유니콘 기업 그 다음에 중견기업으로 키워내는 생태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이게 없다. 이걸 할 데도 없다. 중진공이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인구학적 한계다. 그런 기업을 키우려면 5000만명 수준인 내수시장으론 한계가 있다. 잘 해봐야 매출 20억~30억원을 넘기 힘들다. 수출을 해야 100억원 이상, 10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이 될 수 있다.

-밸류업 지원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하셨다. 과감한 투자나 융자를 위한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나.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진짜 많다. 770만개라고 하는데 소상공인 빼면 실제 중소기업은 30만개 정도 된다. 이중 규모를 갖춘 중소기업은 10만개 수준이다. 이 역시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리고 그 중소기업들이 모두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100개도 지원하기 빠듯하다. 그래서 정부나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예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마중물은 30억, 50억원이 아닌 10억원 수준이면 된다. 그럼 민간 벤처캐피털(VC)이 들어온다. 정책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해 민간자금을 유치하는 선순환 생태계 구조가 마련될 것이다. 이러지 않으면 매출 10억~20억원하는 기업들이 그 수준으로 운영하다가 끝난다. 좋은 선례가 있어야 기업을 따라서 크고, 소위 말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산이나 정책 방향을 이런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최근 해외에 다녀오셨다고 알고 있다. 현지 우리 기업들도 만나셨을 텐데. 그들의 애로사항은 뭔가.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우리 기업에게는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기업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투자기회 창출로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진공은 15개국 26개 거점을 기반으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K스타트업센터(KSC)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현지 진출 지원체계를 점검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거점별 현장을 다녀왔다.

현지 기업들이 입을 모아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지를 아는 사람이 없고, 그 나라 문화를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건데 그 나라에서는 싫어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형성 지원 요청이 많았다.

Photo Image
권건호 헬스케어벤처부장(오른쪽)이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만나 중소벤처기업 육성 방안을 들어봤다.

-중진공은 예전에도 해외 진출 지원을 잘할 수 있었지만, 코트라와 역할분담으로 약간은 주춤하는 게 있었다. 중기부 기조가 '글로벌'이다 보니 중진공 역할이 커질 것으로 봐도 되는가.

▲과거 산업부 산하에 코트라와 중기부가 함께 있었다. 당시 협약으로 국내는 중진공, 해외는 코트라가 맡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국내에서 중진공으로부터 지원받던 기업이 해외진출한다고 해서 중진공은 손을 떼고 코트라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결국 같이 가야 한다. 이제 코트라나 우리가 서로 구분할 게 아니라 서로 잘할 수 있는 장점을 놓고 협업해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에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코트라가 우선적으로 하는 게 이익이 된다 그러면 그걸 우선으로 해야 한다. 우린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 네 것이니 내 것이니 이래서 기업들만 피해 보고 시간만 지체된다. 물론 돈도 낭비된다. 모든 판단 기준을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냐 그 부분이 중요하다.

-중진공이 지난해 경영실적에서 우수(A)를 받고도 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에서 미흡(D)을 받았다. 강 이사장님이 오시기 전 평가라지만, 부담이 상당할 거 같다.

▲자존심이 상했다. 중진공 5년 동안 부패 관련 사고가 제로다. 그럼 청렴도가 100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청렴도라는 용어 안에 인사 문제, 개인 민원문제 등 항목이 8개다. 대외 청렴도 평가는 상위지만, 내부 평가가 낮았다.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리스크 준법실'을 만들고 내부 의사소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올해 잘해서 반전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

-올해로 중진공이 45주년을 맞았다. 중소기업 지원기관 중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50년, 100년에 대한 비전이 궁금하다.

▲45년이면 어마어마한 세월이다. 1979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왔다. 88올림픽 때에도 중소기업 자체는 실체가 없었다. 가내 수공업이나 조그만 동네 기업이 중소기업이었다. 그 당시 중소기업진흥공단이은 아주 작은 기관이었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 중소기업 역사와 함께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로 바뀌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경제적인 여건이나 모든 게 어렵다. 그럼 결국 중진공이 지원하고 견인해야 한다. 과거 중기부가 '청'에서 '부'로 승격하면서 중진공 볼륨이 커졌고, 역할도 커졌다. 과거 정책자금 비중이 컸다면 이제는 수출, 인력지원도 함께해야 한다.

기업이 외국인을 데려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일선 기관이 중진공이다. 청년 창업 비중도 높여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거쳐 간 기업의 74%가 5년 이상 생존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 목표는 74%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80, 90%까지 올리는 것이다.

50년을 앞두고 정체성도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50살은 지천명이다. 지천명 나이가 되니 중진공 정체성이 무엇인지 50년, 100년 후에 계속 갈 때 우리는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인지 이런 걸 설정해야 한다. 물론 50년에는 제가 없겠지만, 그 밑자락을 나름대로 깔아놓는 역할, 그걸 받쳐주고 가는 역할을 제시하고 싶다.

Photo Image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은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은 1959년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를 거쳐 경남 거창군수,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기술보증기금 이사·전무이사를 역임하고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해 9월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했다.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이후 중소벤처기업 혁신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