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아트센터 나비가 SK서린빌딩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소영 관장 측은 너무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아트센터 나비)는 원고(SK이노베이션)에게 부동산을 인도하고 10억456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에 따라 목적물을 거래하면서 미술관을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전대차 계약에 정한 날짜에 따라서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전대차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센터 나비 측은 문화유산 보전 및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이혼소송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혼소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특수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9월 임대차 계약이 끝났는데도 아트센터 나비가 퇴거하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해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트센터 나비 측 법률대리인 이상원 변호사는 “25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이 이전했던 것인데 저희로서는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무더위에 어디로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 수년 간 미술관 고유의 전시활동이 별로 없었던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아트센터 나비는 이미 다른 곳에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120억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의 여유도 가지고 있어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트센터 나비의 상황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아트센터 나비는 2022년 약 8억원, 지난해 약 6억원의 금융상품 평가손실과 외화차손으로 손실을 본 바 있다”면서 “이는 과거부터 지속 이어지고 있는데, 미술관으로서 이러한 위험투자만 하지 않더라도 서울 시내 최고 입지 어디든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공간을 임차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