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그룹이 오너 2세 경영에 힘을 싣는다. 그룹의 중추인 유통 부문은 홍석조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 신성장동력인 소재 부문은 차남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가 맡는 구도다. 사업 부문 별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가운데 계열 분리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BGF그룹의 지주사 BGF는 최근 유통부문을 맡고 있는 BGF리테일에는 BGF네트웍스을 팔고, 소재사업 등을 맡고 있는 BGF에코머티리얼즈에는 400억원을 지원했다.
BGF는 BGF네트웍스를 BGF리테일에 723억원에 팔았다. BGF네트웍스는 광고와 택배업, 전자상거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주로 CU의 택배 서비스 사업을 맡아 왔다. 이외에도 BGF가 보유하고 있던 동부로지스, 하이로지스, 화인로지텍 등의 지분을 BGF리테일이 121억원에 사들인다. 총 844억원이다.
BGF는 BGF에코머티리얼즈에는 현금을 수혈한다. BGF는 BGF리테일에 지분을 넘기면서 얻은 자금을 기반으로 BGF에코머티리얼즈의 반도체 소재 사업을 지원한 것이다. 지난 13일 BGF그룹은 '무수불산 제조시설'을 건립 투자 계획을 밝혔다.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손자회사 플루오린 코리아은 제조시설 건립에 약 1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무수불산은 반도체 소재로 핵심 전략 품목이다.
BGF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각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란 설명이다. BGF리테일은 BGF네트웍스 지분을 손에 쥐면서 그룹의 모든 유통 계열사를 운영한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BGF의 지원으로 반도체 소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BGF그룹은 지난 2019년 BGF에코솔루션(舊 KBF) 인수를 통해 소재 산업에 진출했다. 이후 인수합병(M&A) 등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하며 신소재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중장기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BGF의 지분을 두 형제가 나눠갖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영역이 더욱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홍석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BGF 지분을 두 아들에게 매각하고, 홍정혁 대표는 BGF리테일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현재 BGF 지분은 홍석조 회장, 홍정국 부회장, 홍정혁 대표가 각각 32.4%, 20.77%, 10.5%씩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홍정국 부회장은 지난해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유통 부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붙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BGF그룹 관계자는 “이번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투자 결정은 비슷한 사업 영역 간에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계열분리와 승계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