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개발한 시가총액 약 3조원 규모 '팬텀코인'의 재단을, 설립 대행을 맡은 외국 현지인들이 탈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가상자산공개(ICO)가 금지됐다는 점을 점을 악용, 외국 현지에서 설립자를 속이고 팬텀코인 등 재단 재산에 대한 보유·처분권 등 법적 지위를 찬탈했다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팬텀코인의 설립자이자 개발자 A씨는 팬텀재단을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합동수사단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018년 6월 등장한 팬텀코인은 식품 산업의 결제수단 등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발된 가상자산이다. 기존 가상자산의 느린 거래처리 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라케시스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바이낸스와 게이트아이오 등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돼 거래가 지원되고 있으며, 17일 기준 시세는 개당 0.6달러(약 828원) 수준이다. 최고점(약 4000원)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약 10조원, 올해 들어서는 시세가 1달러 선을 오가며 시총 2조~3조원을 오가고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8년 A씨는 팬텀코인의 발행과 상장 절차를 밟기 위해 투자금 모집 절차인 ICO를 외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은 가상자산 ICO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와 바하마 등지에 주소를 둔 법인을 설립하기로했다. 호주 현지에서 ICO 대행 서비스를 하는 투자자문 업체는 팬텀코인의 재단 설립과 ICO에 대한 자문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팬텀코인 발행량의 10%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호주자문팀은 바하마에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A씨 몰래 설립자(Founder)를 자신들로 등록했다. A씨가 ICO절차와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 호주자문팀 주요 인력들을 팬텀재단의 이사로 선임할 것을 동의한다는 서류를 받아냈다. 이어 정관에 자신들이 재산 처분, 이사 선임·해임 등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가로챘다. A씨가 이에 항의하자 2019년 3월 팬텀재단 이사직에서도 해임시켰다. 팬텀재단은 5차례의 ICO를 통해 총액 3942만달러(약 433억원) 자금을 모집해 재산상 이득을 챙겼다. 이와 더불어 아직 보유 중인 팬텀코인만 총 31억7500만개에 달해, 이를 모두 매각할 경우 3342억원 규모 추가 이익이 예상된다.
한편 해당 고발 건과 별개로 팬텀재단과 A씨는 미지급한 팬텀코인 2억개에 대한 국제 소송도 함께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22년 1심 판결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팬텀재단은 '추후 보완 항소'를 이유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고, 현재 2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팬텀코인 측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로제타 법률사무소는 “A씨는 원천기술을 제공하지 못했고 부수적 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거절했으며, 오히려 팬텀재단을 법적 위험 등에 노출시켜 이사직을 박탈당했다”며 “누구도 A씨를 속이고 팬텀재단을 빼앗은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