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예인 등 유명인을 사칭해 벌이는 투자 사기를 처벌하기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타인 사칭 방지법)이 22대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이 법은 21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는데,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그대로 이어받아 다시 한번 논의에 불을 지폈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병도 의원은 전날 SNS에서 타인 사칭을 처벌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은 2020년 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동일하다. 정보통신망법과 형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존 법률로 처벌하지 못하는 SNS상 타인 사칭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나선 것은 정보통신망법으론 명예훼손 적용이 어렵고 형법은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영리 목적으로 하는 개인정보처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등 적용대상이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2차 피해가 없어도 SNS상 타인 사칭은 그 자체로 인격권을 침해하고 신용과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인터넷 공간에서 불신을 조장하는 범죄 행위로 규정한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성명·명칭·사진·영상 또는 신분을 사칭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타인 사칭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다.
타인 사칭 방지법 재발의로 논의 물꼬가 트면서 법제화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유명 연예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성행하면서 법 개정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방송인 송은이·황현희 씨 등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유명인 사칭 범죄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연예인 사칭 사기 수법이 널리 알려지자, 최근엔 유명 투자자나 증권사 임직원을 사칭하는 사기가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형벌권의 지나친 확대와 형법과 균형 등 우려도 제기된다. 21대 국회에서 타인 사칭 방지법이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2021년 9월 7일 열린 국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칭으로 인한 명예나 재산상 침해 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타인 사칭을 처벌하는 것은 형벌권의 지나친 확대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타인 사칭 행위를 새로운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형법과 균형을 고려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한병도 의원실은 22대 국회에서 법안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병도 의원실 관계자는 “SNS에서 타인 사칭을 막겠다는 취지”라면서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을 재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