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인기업 수익성 10년래 최악…40%는 영업익으로 이자도 못 갚아

지난해 법인기업 수익성이 최근 10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국내 주요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의 금융 조달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법인기업의 40% 이상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3만2032개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년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증가율이 16.9%에서 2%로 줄어 성장성이 크게 악화됐고, 매출액영업이익률도 5.3%에서 3.8%로 깎이면서 수익성도 하락했다.

지난해 법인기업의 수익성은 2013년 이후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률도 2013년의 3.7% 보다 소폭 높은 4.4%까지 하락하며 기업 전반의 수익성이 부진했다.

지난해 법인기업들의 수익성 및 성장성 악화는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주요기업의 영업적자가 발생한 까닭이다. 특히 전자·영상·통신장비업종의 경우 2022년 10.4%에서 -3.8%까지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떨어지며 제조업 전체 수익성 악화의 요인이 됐다.

전자·영상·통신장비업종의 매출액증가율과 같은 성장성 지표도 기간 16.9%에서 -2.0%까지 하락하며 마이너스 전환했다. IT기기 및 서버 수요 둔화에 따른 반도체 수출 감소가 주된 원인이 됐다. 이 밖에도 석유정제·코크스 업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크게 떨어졌다.

국내 주요 기업의 업황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은 법인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더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법인기업의 이자보상비율 역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19.5%까지 떨어졌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낮아진 가운데 금융비용부담률이 높아진 영향이다.

실제 매출액 대비 이자비용을 나타내는 금융비용부담률은 지난해 1.7%로 전년의 1.2% 대비 0.5%P 상승했다.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 많은 기업의 비중도 전체 법인기업의 40.1%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최근 10년 평균 수치인 34%, 2022년의 34.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밖에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105.0%에서 102.6% 소폭 하락했고, 차입금 의존도를 28.8%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영업 활동 현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현금흐름보상비율이 47.1%로 상승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워낙 안좋았지만, 모두 예상하듯 올해는 전반적으로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반도체 수출도 개선되면서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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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