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지하철 칼부림 사건을 제압한 남성이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칭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면 반드시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4일 중시신문망(中時新聞網)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대만 타이중 지하철(MRT) 열차 내부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해 3명이 부상했다.
이날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17명의 용감한 시민이 나섰고, 루슈엔 대만 타이중 시장은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들은 5000~2만 대만달러 (21만~84만원)의 보상과 대만 지하철(MRT)의 평생 무료 이용권을 받았다.
감사패 전달식에 참석한 9명의 용감한 시민 가운데, 자칭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쉬뤼시엔이 눈길을 끌었다.
긴 머리와 함께 일본 게임 '몬스터 헌터'의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전달식에 참석한 쉬뤼시엔은 “오타쿠는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지난 2014년 발생한 지하철 칼부림으로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고 북미 게임 전문 사이트 실리코네라는 전했다. 한 남성이 타이베이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을 살해하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으로, 당시 현지 언론은 물론 가해자의 부모 모두 가해자가 평소 즐기던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사건의 동기라고 지목했다.
쉬뤼시엔은 이번 일로 '오타쿠'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용사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명대사를 읊기도 했다. 일본 유명 만화 '장송의 프리렌'의 등장인물 '힘멜'은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로 상냥하고 친절한 마음씨와 정의롭고 용기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맨몸으로 칼부림 사건의 범인과 몸싸움을 벌여 왼쪽 얼굴에 9cm 이상 큰 상처와 광대뼈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은 쉬뤼시엔은 “사건 당시로 돌아갈 수 있더라도 똑같이 범인을 막아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