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 동물, 식물, 미생물 개체를 구성하는 유전 정보 총합을 유전체 또는 지놈(genome)이라고 정의한다. 바이오와 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유전체라는 용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을 정도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네이처'에 게재해 세계적 주목을 받은 유전정보의 기본인 DNA 구조가 규명된 이후 약 70년 동안 과학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유전체는 우리 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유전체분석 활용은 크게 의약학에서 사용된다. 여기에는 △유전자 표적항암제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교정 또는 유전자 편집이 있다.

유전자 표적항암제는 정상 세포와 다른 형태의 암세포 특정 부분을 표적으로 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해서 없애는 약물이다. 유전성 폐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피부암, 혈액암 등 다양한 암들과 연관된 ALK, BRAF, EGFR, FGFR, KRAS, ROS1 등 유전자 돌연변이를 분석해 돌연변이에 맞는 표적항암제로 암을 퇴치하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를 제거하고 이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는 신기술 치료법이다. 노바티스에서 개발돼 시판되고 있는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터나'는 질환 발생원인 중 하나인 RPE65 유전자 결핍을 단 1회 투여로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신약이다. 하지만 투여 비용이 너무 비싸 대중적 치료제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유전자 교정 또는 유전자 편집은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다.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를 교정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로,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유전체분석은 유전체 헬스케어에도 사용된다. 개인 유전체검사와 운동 유전체검사가 있다.

2008년 미국과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개인 유전체검사는 질병 예측 유전자검사가 대표적이다. 질병 유전체검사는 세포로부터 DNA를 추출해 특정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를 분석한다. 사람 유전자 염기서열은 99.9%가 동일하고, 약 0.1%만 차이가 있다. 이러한 작은 차이가 외모 특징, 성격, 질병에 대한 감수성(질병발생 정도), 약물 흡수 및 반응에서 개인 간 특징적 차이를 나타낸다. 질병 유전체검사로 여러 종류의 질병 연관 유전자 변이형을 찾아내고 발병 영향력을 분석해 개인의 유전적 질병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 개인 질병 유전체검사 목적은 질병 발생 위험도를 분석·예측하고 그에 따라 해당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메디젠휴먼케어, 마크로젠, 랩지노믹스 등의 유전체분석 기업에서 질병 유전체검사를 수행한다.

운동 유전체검사는 운동 유전체분석 결과를 운동선수 및 일반인에 적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찬반으로 양론되나, 이미 '운동 유전체학(Athlome)'이란 용어가 생겨나고 국제적인 컨소시엄이 조직될 정도로 학문적·상업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일본, 핀란드 등에서는 올림픽 종목별 운동선수 선발과 훈련방법, 부상관리에 운동 유전체분석 결과를 활용한다. 한국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 선수와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운동 유전체분석 결과를 훈련방법과 영양관리, 부상방지 등에 적용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부상을 방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은 2016년 리우올림픽과 세계 육상선수권대회가 개최되기 오래 전부터 'J-Athlome Project'를 가동해 유전체분석 결과를 육상과 수영 종목에 접목해 아시아 국가 처음으로 남자 400m 계주와 수영 평영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 '바르셀로나 FC'도 선수별 유전체분석 결과를 훈련과 부상방지 프로그램에 도입했다. 최근 한국 프로구단들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유전체검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전체분석은 농축식품에서도 활용된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및 극단적 산업화로 식량부족이 심화되고 있어 기후와 병충해에 강한 신종을 개발하고,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종을 개발해 왔다. 이를 흔히 유전자변형생물(GMO)이라 하는데 최초 GMO가 재배되기 시작한 1996년에 비해 현재까지 그 종류는 약 47배 증가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돼지와 연어 등 동물도 GMO로 개발됐다. 하지만 GMO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유전독성, 생태계 교란 등 부정적인 부분을 우려한 세계 각국에서는 각기 다른 형질과 그 첨가량에 대해 법으로서 규제하는 동시에 역학적으로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우와 수입 품종 유무를 확인하는데 PCR 기법을 활용한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위의 내용들 이외에도 유전자는 정밀의료, 코로나 검사와 같은 분자진단, 유전체 신약개발 등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탈모, 수면, 정신건강 그리고 반려동물 검사 분야에도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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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 shindj@medizenca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