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국 로봇청소기의 맹위는 여러모로 낯설다. 여태껏 듣지 못했던 것이라 더더욱 그렇다.
흔히 '외산가전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휴대폰을 비롯 TV, PC 등 유수의 글로벌 제품이 고전하며 이렇다 할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던 게 국내 시장이다. 중국 로봇청소기 성공은 국산 대체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부지리'였다면 단기간에 반짝하고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로봇청소기 성장세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가성비' 때문만도 아니다. 국산 제품보다 비싼 중국 제품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중국 로봇청소기는 안 사면 후회하는 인기 제품이 됐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뿌리깊은 편견도 깨진 듯 하다. 로보청소기에 관한 한 잔고장이 많고, 잠시 사용하다가 고장나면 버리는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인식은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눈높이와 까다로움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중국 로봇청소기가 우리나라 소비자 기대에 부응한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뒷받침됐다는 방증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로봇청소기는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일체형(올인원)으로 구현하며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국 로봇청소기 기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로봇청소기 제조사는 한국 시장에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쏟아내며 공격적 마케팅에 돌입했다. 그동안 취약했던 애프터서비스(AS)도 속속 보충하고 있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내놓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과 달리 로봇청소기는 우리나라 기업이 후발 주자가 된 상황이다. 자칫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이 '국산의 무덤'이 될 지 모른다는 우스개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가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했고, LG전자와 신일전자가 출시를 예고한 만큼 앞으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구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불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 로봇청소기의 성공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 우리나라 가전 기업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게 한 둘이 아니다. 중국 로봇청소기 그리고 국내 시장만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가전 제품 그리고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우선, 소비자가 더 이상 국산 제품이라고 선택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과거 회자됐던 국산품 애용은 케케묵은 소리로 치부될 뿐이다. 국산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성능만 좋으면, 하물며 중국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중국 로봇청소기는 일체형으로 인기몰이를 구가하고 있다. 가전 제품에 대해 소비자의 선호도와 이유를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구체적 사례다. AI를 비롯 첨단기술 적용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충족시키는 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완성도 높은 제품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시대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가치와 원칙, 방법론은 이전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갈수록 똑똑해지는 소비자를 상대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