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이크로 LED 역전을 기대한다

정부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개발과 생태계 구축에 8년간 4840억원을 투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및 생태계 구축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32년까지 국비 3479억원을 비롯해 총 4840억원이 이 사업에 투입된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발광다이오드(LED) 등 무기물 기반 소자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다. 마이크로 LED, 퀀텀닷(QD) LED, 나노 LED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기물 기반 소자는 수분과 산소에 강하고 휘도·소비전력 등에 장점이 있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이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뛰어들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중국, 대만 등 주요 경쟁국은 LED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LED 상용화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한국은 LED 칩 등이 해외 의존도 높아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단적인 예로 2000년대 초반 LED 관련 기업이 2000여개에 달했던 한국은 이제 기업이 얼마나 남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LED는 2010년을 전후해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한 신수종사업이었다. 삼성 5대 미래사업에 LED가 있었고, LG·포스코·동부 등도 잇단 신규 사업으로 LED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대적인 산업 육성 정책에 전 세계 치킨게임까지 벌어지면서 국내 에피웨이퍼나 LED 칩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현재 손에 꼽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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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O가 SID에서 선보인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폴더블 기능을 구현했다. (자료: AUO 홈페이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현재 중국과 대만이 앞서 있는 상황이다. 14~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학회 SID에서도 중국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대거 선보였으며, 대만 AUO는 스마트워치용에 이어 모니터, 태블릿 등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척박한 국내 산업 환경에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가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기우이길 바란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우리만의 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초소형·고효율 화소 기술, 고속 패널 형성 기술, 300인치 이상의 초대형 모듈러 기술 등 3대 초격차 기술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대량 생산에 성공한 곳이 없는 만큼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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