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초기 계획 없던 추가 요구
수행사 품질 저하·개통 지연 부담
과업범위 둘러싼 대립, 소송까지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 잦은 과업변경을 둘러싸고 발주처와 수행사간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진행된 대형 공공 SW사업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추후 법적 분쟁까지 예상되는 경우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SW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발주한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대법원이 추진하는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했던 LG CNS 컨소시엄들은 각 사업에 대한 과업 범위를 놓고 발주처와 대치 중이다.
LG CNS 컨소시엄들은 각 사업이 모두 당초 예상했던 것 대비 두 배 가량 과업 범위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사업 중간 중간에 발주처가 초기 사업계획에 없던 무리한 과업을 추가로 요구하는 일이 많았다는 얘기다.
사업자와 발주처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대법원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의 경우 기재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까지 회부됐다. 조만간 위원회에서 나오는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가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LG CNS 관계자는 “현재 두 사안 모두 고객사와 협의 단계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개통한 우정사업본부(우본) 차세대 시스템 개발사인 SK C&C 컨소시엄도 우본과 과업 범위를 놓고 의견이 상이하다.
지난해 변재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우본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세대 금융시스템 사업에서 SR(서비스 요청) 프리징(더 이상 요청을 받지 않는 시기) 이후에도 1년 간 300여건의 추가 과업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과업 범위를 둘러싼 발주처와 사업자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을 수주했다 중간에 계약 해지(타절)한 LG CNS 컨소시엄 역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추가 과업 대가를 받기 위해 최종 소송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올초 개통한 A시스템, 조만간 개통을 앞둔 B시스템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다. A 시스템은 과도한 업무 추가 요구에 개통 시기 지연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CJ올리브네트웍스-KCC정보통신 컨소시엄과 국방부 간 과업범위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사업자 측 손을 들어주면서 이 판례에 기반해 업계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추가 과업에 대한 대가 요구에 나서는 분위기”라면서 “대형 공공 SW사업 관련 분쟁이나 소송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과업을 명확히 하고 사업 중간 과업 변경, 추가 등이 발생할 시 이를 협의, 조정하는 체계가 여전히 확립되지 못했다”면서 “무리한 과업 변경과 추가는 사업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