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수출 품목 다양화되지만…곳곳에 '통계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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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중소기업 수출 품목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수출 제품을 분류하는 코드가 없어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도 D램과 플래시 메모리를 제외하면 품목 분류가 애매하고, 서비스 로봇도 세부 분류가 안된다. 심지어 김밥은 '코코아를 함유하지 않은 낟알모양의 쌀'로 분류된다. 수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위해 품목 분류부터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출입 품목 분류 기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상당수 품목에서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K푸드 열풍에 힘입은 수출 호조세를 소개하며 김과 밥의 집계치를 따로 소개했다. 냉동김밥이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한 것을 이유로 분석했지만, 정확한 냉동김밥 수출액을 내놓진 못했다. 국제 상품분류코드(HS코드)가 모호한 탓이다. 현재 김밥 HS코드는 1904.90-1090(품목명 기타)로, '코코아를 함유하지 않은 낟알모양의 쌀'에 모두 이 세번이 부여된다.

수출 품목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관련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수출 주력품목과 한류 인기를 활용한 수출 전략품목 발굴이 추진 과제로 담겼다. 라면, 김, 냉동김밥 등이 한류 열풍으로 매출이 성장한 신규 품목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통계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정밀한 전략 수립이 어렵다.

중기부 관계자는 “한류 인기 국가와 K뷰티·푸드 선호의 연계에 의미를 뒀다”면서 “유통 대기업 등 민간에서 'K-전략품목' 선정 후 정부는 상세정보와 수출 지원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분화된 품목 분류를 원하는 곳 중 하나는 반도체 업계다. 한국무역협회 K-stat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주요 품목별 수입 금액은 '프로세서와 컨트롤러(HS코드 8542.31-1000)가 25.1%로 1위를, '집적회로: 기타 집적회로(HS코드 8542.39-1000)'가 8.0%로 2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는 두 품목은 다이오드 등 전류를 흐르게 하는 회로소자여서 수입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D램, 플래시 메모리 등 고유 세번이 매겨진 품목을 제외하면 수입업자가 자가 판단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는 메모리를 제외한 시스템반도체 수출입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디스플레이 화소를 제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CMOS 이미지 센서(CIS),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시스템반도체는 기능에 따라 특성과 형태가 전혀 다르다.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진흥센터 관계자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인 종류별 시장 규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면서 “수년째 반도체 관련 HS코드 세분화를 요청해왔지만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빙로봇, 실외배송로봇, 수술로봇 등 서비스로봇도 품목 세분화가 시급한 분야로 꼽힌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서빙로봇의 경우 국내 수입 과정에서 가장 많이 신고한 HSK코드가 842890.9000로, 비율이 41.3%에 불과했다. 847950(산업용 로봇), 847990(부분품) 등 아예 다른 세번으로 신고하는 비율도 10%를 넘었다. 내년도 서비스로봇 품목 신설을 논의하고 있지만, 수술로봇이 광범위한 개념을 정의하고 있어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신산업 품목 분류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서비스로봇 관세 코드 세분화를 요구하지만 국제기구에서 논의가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