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6일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결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내년도 의대생 최대 1509명 증원이 계획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가 법원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전공의 미복귀 사태가 지속되면 의정 갈등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16일 의료계는 즉시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는 “사건의 중대성, 긴급성, 쟁점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5월31일 이전에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지난 2월 20일을 전후로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났다. 이들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법원의 기각·각하 결정으로 전공의들이 요구해오던 '의대 증원 백지화'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번 결정으로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지속할 지,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할 지 갈림길에 섰지만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때문에 의료 공백 지속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 역시 복귀할 가능성이 낮다. 내년 예과 1학년은 신입생과 유급생 7000명 이상이 동시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 초유의 사태도 우려된다.
의사들은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재판부 결정에 불복해 집단행동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우선 대법원 재항고심과 본안소송에 집중한다. 또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매주 1회 휴무', '일주일간 휴무' 등을 하겠다고 집단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비대위는 전날 온라인 임시총회 뒤 “법원이 각하나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비상진료시스템이 장기화할 것이라 '근무시간 재조정'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의료계는 정부가 전공의 장기 미복귀를 전제로 각급 병원 가동 계획을 짜야한다고 보고 있다. 병원별로 법원 결정에 대해 논의한 뒤 내주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3차례에 걸쳐 의대 교수들이 집단 휴진했지만, '개별 휴진'이기 때문에 현장 호응도가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협이 대법원까지 재항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또 한번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출범한 대통령 산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상반기에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