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기존보다 100℃ 낮은 온도에서 강유전체 산화물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차세대 강유전체 전자소자 및 고성능 메모리 전자회로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윤명한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박민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팀과 공동으로 고성능 강유전체 산화물 확보를 위한 저온 심자외선(DUV) 기반 결함 제어 및 결정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강유전체는 외부에서 전기장을 가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전기분극을 나타내는 물질로, 강유전체를 기반으로 제작된 메모리 소자는 기존 플래시메모리 대비 낮은 구동 전력, 빠른 처리 속도로 인해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메모리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강유전체 가운데 하프늄-지르코늄 산화물(HZO)은 반도체와 전자 산업의 핵심 소재인 상보형 금속 산화물 반도체(CMOS)와의 집적화 공정에 유리하고 수 나노미터(㎚) 스케일의 비교적 낮은 두께에도 우수한 강유전성과 낮은 터널링 효과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10㎚ 미만의 얇은 두께의 HZO에 강유전성을 보이는 사방정계 결정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400~500℃의 열처리 공정이 필수적이다. HZO의 결정화 메커니즘과 이를 제어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연구팀은 강유전성을 보이는 사방정계 결정 구조 형성에 산소 결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급속 열처리 장치로 통상적인 열처리 공정 이후 심자외선 기반 광활성화 공정을 도입함으로써 8㎚ HZO 박막 내 산소 결함을 유도하고 사방정계 결정 구조 형성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300℃ 비활성 가스 분위기에서 상하부 전극 제작까지 완료된 메모리 소자에 직접 심자외선을 조사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후공정 도입을 통해 매우 우수한 강유전성과 낮은 누설 전류 기반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원자 간 결합 에너지에 대한 분석과 초고해상도 현미경 분석으로 심자외선 광활성화 공정에 의해 6% 가량 증가한 산소 결함이 HZO의 결정상 제어에 미치는 영향과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윤명한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특히 심자외선 빛 조사를 통해 산소 결함과 같은 원자 수준의 미시적 특성을 변화시켜 금속산화물 결정상을 제어하고 이와 관련된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으로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민혁 교수는 “저비용의 대면적 광처리 공정을 통해 저온에서 HZO의 강유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전자·메모리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성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능성 산화물 박막 소재의 광화학적 물성 제어를 연구하는 GIST 윤명한 교수 연구팀과 초고성능 강유전체 소재 및 메모리 소자를 연구하는 서울대학교 박민혁 교수 연구팀의 공동 연구 성과다. 최준규 GIST 박사과정생, 이상우 석사과정생과 김세현 서울대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 및 GIST 신재생에너지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전자 소자 및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 '재료과학 및 공학 보고'에 최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