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고래들의 언어, 알파벳만큼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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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고래. 사진=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컴퓨터 사이언스 및 인공지능연구소(MIT CSAIL)

지능이 높기로 유명한 대표적인 동물 고래. 이 중 향유고래들에게서 마치 알파벳처럼 정교한 언어 체계를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7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뉴욕 시립대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그루버가 이끄는 고래 의사소통 연구 프로젝트 '세티'(CETI; Cetacean Translation Initiative)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발표한 최신 연구 결과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래들은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발성을 사용한다. 이빨고래목(고래수염이 없는 고래나 돌고래) 중 가장 큰 고래인 향유고래는 일반적으로 '코다'(Codas)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데 이는 모스부호처럼 딸카닥(Click)거리면서도 팝콘이 터지는 듯한 소리다.

연구팀은 수십 년 간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다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한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짧은 코다들이 마치 '알파벳'같은 역할을 하고, 이를 연이어 발성해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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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고래. 사진=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컴퓨터 사이언스 및 인공지능연구소(MIT CSAIL)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팀과 협력한 세티 연구팀은 기계 학습을 활용해 수년 수집한 60여 마리의 향유고래 음성 데이터를 분석했고, 특징적인 큰 소리를 가진 패턴의 어휘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생물학자 사이에서 동물의 언어는 오랫동안 이어진 논쟁거리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이 언어의 복잡성을 가진 유일한 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번 연구 결과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 주장이 깨지는 것이다.

향유고래는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가족 단위로 움직이거나, 함께 사냥하거나 어린 개체를 서로 돌봐주기도 하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프로젝트 일원이자 도미니카 향유고래를 수년간 연구해 온 생물학자 셰인 게로는 이 같은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며 “사촌끼리 수다를 떨면서 노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깊은 바다로 가서 밥을 먹기 전에 엄마고래가 보모 고래에게 몇 마디를 던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리 교환은 한 시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게로는 향유고래가 코다를 공유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들이 가족으로서 기능하고, 어린 개체를 돌보거나 먹이를 찾고, 방어를 하기 위해 이를 사용한다고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딸카닥 거리는 횟수, 리듬, 템포의 변화가 각기 다른 종류의 코다를 만든다고 봤다. 소리가 이어지는 짧거나 길게 변주하고 때로는 '접미사'에 해당하는 듯한 추가 클릭이 있었다고 했다.

인간은 다른 소리가 나는 알파벳을 연결해 단어를, 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 의사소통하지만 동물은 짖거나 지저귀는 등의 소리로 의사소통한다. 향유고래가 내는 소리는 일반적인 동물의 소리와 달리 인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의 해양 포유류 전문가 루크 렌델은 “향유고래의 의사소통을 인간의 언어와 비교하려는 작업이 오히려 그들의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를 방해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소리의 조합이 문장 구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루버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도 “하지만 꿀벌이 왜글(waggle; 흔들거림)로 다른 벌들에게 꽃의 위치를 어떻게 알려주는지를 연구하는 것처럼 이를 해석하려는 작업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조의 이해를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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