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영의 시대정신] 〈22〉역사적 순간을 제대로 관리한 에너지 리더

Photo Image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이사

30년 전, 인도네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게 됐다. 에너지 공급선의 다양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에 제의한다. LNG 운반선을 대한민국 조선사에 발주하면 어떻겠느냐? 인도네시아는 난색을 드러낸다. 건조 경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 가스공사는 현대조선사에 LNG선 발주를 낸다. 그 이후, 며칠 전 500번째 LNG선이 인도됐다. 9개국이 LNG선 건조 실적이 있다. 전 세계에서 680척이 건조됐다. 이 중 70% 이상이 대한민국이 건조한 것이다. 척당 3000억원 정도의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256척을 현재 건조 중이다. 올해 1분기 29척을 수주했다. 세계에서 발주한 전량이다. 암모니아 연료를 사용하는 운반선, 쇄빙 LNG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더하고있다.

LNG선의 핵심은 LNG창 내벽재다. 대한민국 조선사는 한해 총 120척을 짓는데 프랑스 지티티사에 기술 사용료 1조700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막아 보려고 가스공사는 2004년부터 화물창 내벽재 국산화에 착수했고, 2015년에 개발 완료했다. SK가 LNG 운반선을 인수했다. 문제는 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빙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기술로 건조된 2척의 LNG선은 운항을 멈췄다. 하루 유지비가 2만달러다. 그러함에도 핵심기술의 국산화 도전은 지속해야 한다. 여러 선사 중 유독 SK가 국산 기술을 장착한 LNG선을 인수한 배경에는 선대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이 작용했다. 도전과 위기극복 정신이 남달랐다.

1980년대 초 정부는 석탄공사에 물었다. 천연가스 수입, 가공, 판매, 안전 등 업무를 맡을 수 없겠느냐고? 안전이 우려되어 싫다고 했다. 석탄 비중이 줄어들어 드는 시점임에도. 현재 석탄공사는 신설된 가스공사에 비해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했다. 규모 등에 비춰 봤을 때 가스공사의 10분의 1 정도다. 가스공사는 수소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석탄공사는 광해관리공단을 설립해 직원들의 조직 성장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주었다.

1957년 7월 이승만은 전기 전문가 시슬러 박사를 만난다. 시슬러는 우라늄 봉을 이승만에게 보여 준다. 석탄과 같은 무게의 우라늄은 300만 배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 사실을 믿은 이승만은 원자력 이용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는 방향을 잡는다. 대학에 원자력공학과를 신설하고 외국에 원자력 분야에 유학생을 보내고, 초등학교 5학년용 원자력 교과서까지 만든다. 정부 부처 안에 원자력부서를 신설한다.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한다. 1964년에는 원전 부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독자 원전 모델을 해외에 수출한다. 세계 최초로 원전 건설에서 약속한 공기 안에 약속한 예산으로 끝을 낸 유일한, 최초의 사례로 남는다. 대한민국은 원전 엔지니어링과 건설 능력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입증하고 있다.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내수용으로 쓰고 나머지를 수출한다. 정제하면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고부가가치 유제품을 만들어 판다. 대한민국에 정유 및 유제품 생산 시설에 투자하게 한 리더십이 한국을 산유국보다 더 월등한 국체로 만들었다. 수소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수소 관련 연관 기업이 전무하던 시절에서 시작해 지금은 350여 업소가 수소경제 관련 부품을 국제 규격에 맞게 제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아직은 성숙기에 접어 들지 못했다. 간헐성이 있는 재생에너지를 수소 에너지로 변환해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사용할 수 있다. 현재 75%선의 효율을 보다 더 높이는 목표가 앞에 있다. 대한민국이 수소 에너지의 세계적 공급망의 메이저가 되는 날을 그려본다. 수소사회를 앞 당기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적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역사적 맹아기의 조그마한 사물은 잘 안 보인다. 새싹 같다. 하찮아 보이기도 한다.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에게 미래형 먹거리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사람 중심으로 봐야 한다. 사람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 인문학에 눈을 돌려야 한다. 경제와 문명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은 새로운 무엇을 원한다. 왜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역사적 순간을 잘 관리하는 선각자들을 기다린다. 항상 깨어 있어라!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이사 yeohy_gis@naver.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