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업에서 특허 요구하는 공공기관…기업 역량 평가와 거리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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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기업 대상 공공사업에서 발주처가 실제 사업과는 큰 관련이 없는 특허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AI 기업 대상 공공사업 대다수에서 발주처가 특허 보유 여부에 가점을 주거나 사업결과물로 특허 출원·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특허 출원·등록이 기업의 역량을 평가하는 하나의 정량적 평가 요소로서 필요하다는 게 공공기관의 입장이다.

AI 연구개발(R&D) 사업을 담당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업 선정사의 평가위원들이 기업의 특허 출원·등록 건수로 사업 신청 기업의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며 “특허 출원은 기술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으로서 하나의 성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I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특허는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해당 기업의 전반적 기술력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자료에서 2022년 중국의 AI 특허 출원 수(2만9583건)가 미국(1만6805건)보다 크게 앞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보다 AI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잉다.

AI 업계는 특허 보유나 특허 출원을 요구하는 발주처 때문에 사업 참여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 AI 기업 대표는 “특허 출원은 몇백만원이면 쉽게 할 수 있다”며 “돈을 들여 기업 PR에 이용하거나 공공사업에 참여하는 목적으로 출원하는 등 사실상 보여주기식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른 AI 기업 대표는 “특허 출원에 힘을 쏟을 바에야 당장 필요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도 “때때로 정부 공공사업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가산점을 얻기 위해 AI 특허 출원을 고려하게 된다”고 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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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에서 기술개발 성과로 '특허출원·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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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에서 기업의 출원·등록을 연구개발기관의 실적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문형남 한국AI교육협회 회장(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은 “국가별 AI 특허 등록 수는 해당 국가의 AI 분야 발전 정도와 기술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지만, 실제 기술력과 경쟁력은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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