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파이게임'·'퍼니게임' 시리즈가 불법 사이트에 다 올라와 있네요. 드라마가 공개돼 원작이 이슈가 돼도 오히려 불법 사이트가 덕을 볼까봐 우려스럽네요.”
배진수 머니게임 작가는 “한 시리즈의 웹툰을 만들기 위해선 제작비가 만만치 않게 투입된다. 하지만 이 투자의 회수를 작가나 플랫폼이 아닌 불법사이트가 가로챈다면 웹툰 성장동력에 힘이 빠질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불법 사이트에는 '머니게임'을 포함한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등 공식 플랫폼에 연재 중인 웹툰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본래 한 회당 100~500원씩 대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유료 웹툰이다. 보는 사람에겐 100~500원이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불법 복제 사이트 규제'가 7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불법 사이트 유통 피해로 웹툰 플랫폼 업체와 작가들 수익 감소가 이어질 뿐 아니라 창작 의욕 역시 꺾이고 있다.
배 작가는 “불법 웹툰 사이트 조회수가 합법 플랫폼 만큼 또는 그 이상 나온다고 들었다”며 “창작자 입장에서는 기운 빠지지 않을수 없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90년대 후반 한국이 게임 개발 강국의 반열에 올라서려 할때 불법게임공유 사이트가 성행해 게임산업 전체가 무너졌던 기억이 있다”며 “웹툰 또한 같은 길을 걷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플랫폼 업계가 나서 웹툰 불법 대응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어 안심이 된다고 했다. 배 작가가 작품 연재를 하는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해 국내외 불법 복제물 추적에 활용하고 있다.
배 작가는 “작가 입장에서는 불법 웹툰 사이트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신고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데 네이버웹툰이 창작자를 대신해 번잡스럽고 귀찮은 일들을 해주고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불법 웹툰 유포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와 민간이 공조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 작가는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간담회에 참석할 일이 있었는데, 정부에서도 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작가와 플랫폼, 정부의 긴밀한 공조가 불법사이트 근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