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제4이통과 비파괴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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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통신미디어부 기자

'블루오션' 창시자 김위찬·르네 마보안 프랑스 인시아드 교수는 저서 비욘드 디스럽션을 통해 '비파괴적 혁신' 개념을 제시했다. 기존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시장 창출을 의미한다. 혁신은 파괴적이라는 경영학적 통념에서 벗어나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포지티브섬 개념이다.

지금의 통신시장에 필요한 것도 비파괴적 혁신이다. '제4 이동통신사' 스테이지엑스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상원 대표는 통신시장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파괴적 혁신으로 전통 산업 구도를 깨부순 토스와 쿠팡 사례를 기대하는 눈초리다. 그러나 제4 이통이 가야할 길은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제로섬 경쟁이 아니다.

스테이지엑스 당면 과제는 5G 28㎓ 생태계 개척이다. 무주공산으로 남아있는 28㎓ 주파수를 활용한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고 서비스 저변을 넓히는 것이 사명(使命)이다. 밀리미터파는 원격의료, 완전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 미래 혁신 산업을 위한 필수재다. 이것이야말로 비파괴적 혁신에서 말하는 완전 새로운 시장의 창조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스테이지엑스에게 통신시장 경쟁 구도를 깰 메기 역할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이는 규모가 한정된 레드오션에서 제로섬 게임에 골몰하는 것과 같다. 유통구조를 혁신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는다고 해서 기존 강자를 무너뜨리고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을까. 스테이지엑스가 가진 자본과 기업역량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러니 시장에서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신규 사업자로서 시장경쟁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부수적 역할일 수는 있어도 목적이 되선 안된다. 최우선 과제는 고주파수 대역에서 새로운 파이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레드오션 속에서 통신비 절감을 외칠 것이 아니라 28㎓ 주파수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바꾸는데 집중해야할 시기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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